시위 강경진압 실패로 끝날 듯|계엄령선포속 군 진주와 중국정국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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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주일째 계속된 대규모 군중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북경일원에 내려진 계엄령은 21일 중국 군대가 북경시내로 진주 중 시민들에 막혀 물러선 것을 보면 「참담한 실패」로 끝날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은 21일 저녁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군대의 진압작전이 밤중에 있을 것이며 22일 새벽 5시까지 천안문광장을 떠나라는 「리펑」(이붕)수상으로부터의 최후통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서방 외교관은 『군사 진압을 결정한 정부의 조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신망을 잃고있다』고 말하고 『당내 보수파가 발포명령과 같은 예기치 못한 조치를 취하지만 않는다면 사태는 정치적 해결 쪽으로 가고 있으며 그럴 경우 이붕 수상이 정치적 희생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파인 이붕은 지난 20일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투입을 명령했을 때 일시적으로 중국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었다. 이 같은 변화를 두고 분석가들은 중국지도층에 급격한 변화나 유혈사태를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영 라디오방송과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인민해방군법사들이 질서회복을 위해 투입됐으나 학생데모를 진압하도록 명령받지 않았으며, 『군인들은 북경시내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21일 북경시내 곳곳에선 군인들과 학생들 사이에 대림 아닌 화기애애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북경시내 중심에서 약 15km 떨어진 서부지역에선 군 트럭에 탑승한 무장군인들이 그들을 막은 시위군중들과 담소를 나누는 광경이 목격됐다.
또 20일 밤 남서지역에선 젊은이들이 군인들을 모아놓고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인민일보를 읽어주고 있었다고 한 목격자는 전했다.
이 목격자는 군인들은 자신들이 천안문광장으로 투입되도록 명령받은 것으로 믿고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현재까지 군인들은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 앞에 멈춰 서서 시민들의 주장을 듣거나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 전하고, 현재 결정적 카드를 쥐고있는 것은 시위학생들의 뒤에 있는 일반시민과 군대라고 분석했다.
군대내부는 현재 강경 진압을 주장하는 보수강경파와 시위학생들이 요구하는 정치·경제개혁에 동정적인 젊은 장교들 사이에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대의 진압작전소문이 나돌던 21일 저녁 10만∼15만명의 군인들이 북경시 외곽에 주둔중이라고 한 목격자는 전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군 내부에서 현재 상황을 놓고 심각한 논의가 진행중이며, 군-정부, 군-당 사이에도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선 20일 계엄령을 선포한 「리펑」(이붕)수상이 가장 약한 입장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교소식통들은 만약 이붕이 실각한다면 당정치국 상무위원회의 3인, 즉 「호치리」(호계립), 「치아오시」(교석), 「야오이린」(요의림) 도 같이 실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마지막 남는 것은 「자오쯔양」(조자양) 총서기 뿐이며, 그가 실권을 감을 경우 새로운 진용의 지도부를 결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21일 자금성 입구에 나붙은 한 벽보에는 인민대회 상임위원회 의장 「완리」(만리)가 계엄령 선포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만리는 지난주 캐나다 방문 중 발표한 한 성명에서 학생들의 데모가 「애국적」이라고 언급한바있다. 【북경AFP·연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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