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매도에 증시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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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불투명장세 지속>
○…증시의 찬바람이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다.
연 4일째 내리막길로 곤두박질치던 주가는 바닥권을 의식한 대기매수세의 가담으로 17일에는 5.62포인트(오후2시 현재)오르기도 했으나 장세기조는 여전히 취약한 편이다.
지금까지 바닥으로 여겨왔던 9백30선마저 힘없이 무너지고 말아 주가가 어느선까지 떨어질지 모르는 불투명한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주가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보유주식을 내다 파는데 있으며, 이러한 기관매도는 통화당국의 강력한 통화환수 방침에 따라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따라서 앞으로 주가상승의 관건은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사정이 얼마나 좋아지느냐에 달려있다.
이렇게 볼 때 당분간 큰 폭의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통화당국에서는 여전히 물가상승등의 이유로 긴축의 끈을 늦출 의향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곧이어 종합소득세 납부와 월말자금 성수기가 다가와 시중자금 사정은 아주 절망적인 상태다.
기관투자가들은 매도를 자제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2대1의 비율로 매수보다 매도에 치중하고 있으며 대기업도 그동안 여유 돈을 굴리기 위해 사두었던 주식을 처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로 지난 15일에는 H증권 창구를 통해 시중은행주를 중심으로 기관의 매물이 무려 1백30만주나 쏟아져나왔는데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H그룹이 계열사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보유주식을 매각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기도 했다.
기관들이 꾸준히 매도를 늘려가면서 주가하락을 부채질하자 관망세를 보이던 일반투자자들도 속속 증시를 빠져나가 15일 현재 고객예탁금 잔고는 올 들어 최저수준인 1조6전2백1억원으로 최고였던 지난 3월l6일의 2조8천3백99억원대비 1조2천억원이 줄었다. 또 종합주가지수의 선행지표인 거래량도 9백만주를 밑도는등 현재의 주식시장은 어느 모로 보나 비관적인 여건뿐이다. 따라서 주가는 당분간 바닥권(9백20∼9백30)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불건전매매 우려>
○…증시가 한달 이상 장기침체양상을 보이자 25개 증권사의 주식 약정액도 활황기의 3분의2 수준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시가 종합주가지수 9백30∼9백60선의 횡보조정국면을 나타낸 지난 4월의 증권사 약정액은 총15조6천5백28억원으로 활황을 보였던 지난 3월(23조3백46억원)의 67.9%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점당 평균 약정액은 2백43억7천7백만원으로 3월(4백58억7백만원)의 53.2%에 불과했다.
증권사별로는 대우증권이 2조1천1백89억원으로 3월 실적의 65%에 머물렀고 동서(1조4천6백95억원)·대신(1조2천5백억억원)등도 같은 기간에 약정실적의 60∼65%수준에 그쳤다.
특히 신설점포의 약정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증권업계에서는 현재의 침체양상이 장기화될 경우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는 점프도 많이 나타날 것이며, 이에 따라 불건전매매가 성행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정거래 촉구>
○…증권감독원은 16일 최근 증권시장에서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하는 내부자거래·시세조종·주식비율 변동보고 불이행등 상장법인들의 위법·부당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공정한 거래질서의 확립을 촉구하는 공한을 5백13개 상장법인에 보냈다.
한편 증권업협회는 이날 25개 증권사 사장단회의를 열고 최근 장세왜곡을 주도하고 있는 증권사 자기상품매각을 자제시키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사장단은 또 자금난 해소를 위해 통화안정증권 80%, 회사채 20%로 되어있는 현행 BMF(통화채권펀드) 편입비율을 각각 50%로 재조정, 통안증권 과다인수에 따른 자금부담을 줄여줄것을 재무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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