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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식사문화' 건강 해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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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텔레비전을 보면서 가장 많이 웃었고 공감했던 표현이다.

옛 문헌을 보고 우리 요리법을 재현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정확한 계량 없이 '무 중간 크기 댓 개, 큼직하게 잘라, 물을 자작하게 붓고, 뭉근하게 끓인다'는 설명에 따라 조리하는 것이었다. '손맛'이 아직도 최고의 조리법을 상징하기도 한다. 식당에서 손님이 테이블 위의 소금.후추로 음식의 간을 맞추기보다는 조리사 입맛에 따라 간이 되어져 나오는 게 우리의 관례다. 아무 말 없이 음식을 먹어야 복이 붙는다는 식사예법 때문에 음식을 만들 때도, 먹을 때도 "그까이꺼 대~충"이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어떤 식품이 몸에 좋다고 하면 다음 날 그 식품이 품절되는 사례까지 생긴다. 하지만 좋은 식품도 조리 방법에 따라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까이꺼 대~충" 먹는 습관으로 인해 건강이나 목숨까지 잃기도 한다.

바로 짜게 먹는 습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보건기구 권장량보다 두 배나 더 소금을 섭취한다. 짜게 먹는 '사소한' 습관이 불러오는 가장 큰 위험은 고혈압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소금 섭취량이 많을수록 고혈압 발생률이 높고 그로 인한 뇌출혈과 사망률도 높다.

최근 고혈압 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약 25%가 고혈압 환자로 추정된다. 고혈압 환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짜게 먹으면 혈압이 높아지고 합병증으로 진행이 빨라진다. 혈압을 올리는 것은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Na)이다. 짜게 먹어 혈액 내의 나트륨 양이 많아지면 물을 끌어들여 혈액 부피가 커지고, 혈관은 압력을 더 많이 받아 고혈압이 된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 조리할 때 레몬과 식초 등의 신맛을 이용하거나 향이 강한 향신료를 쓰면 소금을 적게 넣고도 음식 맛을 살릴 수 있다. 당 대용으로 올리고당이나 자일리톨이 보편화된 것처럼 외국에서는 저나트륨 소금이나 대체 소금이 널리 사용된다. 음식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나트륨의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한영실 숙명여대 교수·식품영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