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화염병 치명적 위험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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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찰관 6명이 참변을 당한 동의대사건은 학생들이 미리 신나를 바닥에 뿌려놓은 뒤 화염병을 던져 불을 붙이는 바람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시위 때마다 난무하는 신나 등 휘발성물질과 화염병사용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시위현장에서 화염병을 수백개씩 던지거나 신나를 뿌려 경찰을 위협하는 행위는 당사자나 상대방에게 모두 치명적인 위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나 등 휘발성물질=화공약품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신나는 86년 4월 28일 서울대생 이재호·김세진군이 분신 자살할 때 사용된 이래 진압경찰을 막기 위한 도구로 자주 사용돼왔다.
지난달 4일 성남시 덕진양행 노조위원장 김윤기씨(26)는 사용주에 대한 항의표시로 몸에 신나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는 순간 워낙 인화성이 강한 신나에 불이 옮겨 붙어 김씨는 불에 타 숨지고 옆에 있던 동료근로자 2명까지 중화상을 입기도 했다.
화재전문가들에 따르면 신나는 인화성물질중 기화성이 가장 높아 바닥에 뿌려지는 순간 유증기가 생겨 불이 공중에서부터 붙어 내려간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화염의 발생위치와 움직임을 종잡을 수 없는 데다 「퍽」하는 발화음과 함께 급속연소가 진행되므로 부근에 있는 사람들은 불길에 휩싸여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의대에서도 경찰관 일부는 공중에서 순식간에 다가오는 화염에 불이 붙어 변을 당했다.
특히 신나 발화 때는 석유와는 달리 급속연소되기 때문에 순간적인 산소부족현상을 일으키고 이산화탄소·아황산가스등 50여 종류의 유독가스 배출로 인해 화염과는 별도로 질식에 의한 사망위험이 높다.
동의대사건의 경우 세미나실의 비교적 밀폐된 공간에서 발화됐기 때문에 경찰은 화염에 의한 것보다 질식에 따른 사상자가 더 많았다.
◇화염병=84년 초부터 등장한 화염병은 보통 빈 병에 신나와 석유등을 섞어 반쯤 채운 뒤 병입구를 막고 광목심지를 박아 넣어 만든다.
심지에 불이 붙은 화염병이 날아가 깨지면 인화성이 강한 신나에 먼저 발화되고 이 불이 석유등을 통해 번져 지속적으로 타게 된다.
화염병은 제조가 손쉽고 석유가 다 타는 1∼2분간 불길이 지속되는 데다 방독면을 착용한 진압복차림의 경찰이 이를 신속히 피하기도 어려워 가장 위협적인 시위무기로 이용되고 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상부로부터 최루탄사용을 자제토록 지시받지만 막상 화염병세례를 받게되면 「생명의 위협」을 느껴 무차별 최루탄을 쏘게 된다』고 현장에서 느끼는 위험성을 말했다. 신나나 화염병이나 결코 시위의 용구가 될 수 없고 되어서는 안 되는 위험물질, 때론 「살인무기」인 것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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