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막는 제도적 장치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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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의대사태」 발생배경과 대책>
3일 새벽 부산 동의대에서 피랍 의경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관참사사건은 시위·강경진압의 악순환에서 비롯된 극적인 사건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대학생이나 근로자들의 각종 시위에 대한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 등 정치권에서의 대응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여지며 그동안 다소 시위대의 폭력허용을 부분적이나마 긍정적으로 보아온 국민여론의 방향도 상당부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이 같은 비극적 사태는 80년대 중반 들어 각종 시위가 점차로 폭력적인 양상을 띠기 시작한 이래 지난 2월 여의도농민시위와 3월의 중간평가연기발표를 계기로 정부가 일선 파출소에 M-16지급과 함께 총기사용방침을 재확인함으로써 예견되어 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도 따지고 보면 그동안 시위대로부터 툭하면 공권력의 상징으로 낙인찍혀 화염병 등의 피습 대상이 되어왔던 일선 파출소 습격에 대해 경찰이 공포로 대응한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위의 원인제공이 먼저냐」「강경진압이 먼저냐」는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지만 시위가 과격해지는데 대해 강경대처가 또 다른 양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소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지적되어 왔었다.
이 같은 우려중의 하나가 경찰이 총기로 무장하고 위급상황에서 사용하도록 했을 때 과연 얼마만큼 무기사용의 한계가 지켜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어차피 총기사용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보면 폭력시위와 함께 국민들에게는 총기사용이 커다란 불안요소로 작용하게 마련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아래서 급기야 지난달 30일과 1일 경기도 성남과 문제의 부산가야파출소에서 시위대의 습격에 맞서 경찰이 공포를 쏘았고 2일 밤에는 다시 근로자와 대학생이 합세한 시위대가 성남에서 파출소장의 권총과 실탄을 탈취해 가는 사건까지 벌어져 일반 국민들에게는 큰 불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터였다.
이번 사건은 이런 의미에서 그동안 화염병투척 등 시위의 폭력성에 대해 불감증을 나타내고 있던 국민들이나 정치권까지 한 목소리로 「폭력근절」을 외치게 하는 전기가 돼 모종의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사건의 전개과정에서도 최근의 여느 시위와 마찬가지로 화염병과 신나·석유통·쇠파이프 등 인명살상도구가 사용돼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동안 시위도중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화염병을 경찰은 인마 살상용 무기로 간주, 「화염범사용에 관한 처벌법」을 만들어 과격시위에 대처하려 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좌절되는 바람에 일반형법을 원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시위대의 화염병사용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치안본부에 따르면 화염병 등을 사용한 과격시위는 84년에는 전체 1천4백67회중 5.3%인 단 77회뿐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2천1백32회중 2백10회로 9.9%로 늘였고 지난해에는 6천9백21회의 시위중 무려 24.7%인 1천7백8회의 시위에서 35만8천여개의 화염병이 사용돼 시위에서의 화염병사용이 일반화되다시피 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81년 이후 시위진압 과정에서 부상한 경찰관만 4월말 현재 3만6백80명에 달할 정도로 인명피해도 엄청난 실정이다.
올 들어 3월말까지만 해도 모두 8백21차례의 과격시외가 발생해 이중 6백34차례의 시위에서 29만9천여개의 화염병이 던져졌고 시설점거 및 방화가 1백11차례, 납치·감금사례도 23차례나 되는 등 폭력 시위의 심각성을 잘 말해 주고 있다.
학생들의 무분별한 화염병 사용은 결국 경관 6명 사망이라는 참극을 불러왔고 비록 경찰의 부분적인 과실이나 무리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도서관건물에 인화성물질을 준비해 놓고 있다가 경찰이 진입한다고 해서 불까지 질러버린 학생들의 행위는 결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를 계기로 화염병 시위 등 폭력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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