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파라오 저주의 비밀을 알려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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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종호 지음, 문화유람
1권 415쪽·2권 431쪽·3권 415쪽, 각 12000원

버뮤다 삼각지대의 잇따른 실종 사건, 투탕카멘 무덤 발굴에 얽힌 이들이 줄줄이 사망한 파라오의 저주, 인체 내부에 스스로 불이 붙는 인체 자연연소현상, 혹은 외계인의 신호라고 얘기되는 나스카 문양. 책은 이런 불가사의들에 대한 과학적 해명이다. 불가사의를 비과학으로 몰아붙이지도 않고 신비주의에 매몰되지도 않는다. 과학만능주의와 신비주의를 동시에 경계하면서 양자의 중간 지점에 착지한 대중 과학서다.

책은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유명한 불가사의들을 도마 위에 올린다. 미스터리한 자연 현상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잔다르크와 아서왕의 전설, 모세의 기적, 소돔과 고모라, 연금술의 발명 등 종교와 문학, 역사와 전설을 아우른다. 또 불가사의가 전설과 신화가 되고 문학과 판타지를 창조해 가는 과정에도 주목한다. 불가사의는 인류에게 상상력의 원천이었고 그것이 곧 예술, 심지어 과학의 출발이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자이자 고대문명 탐사가다. 1970년대 4회 연속 국전 특선상을 받은 건축학도 출신으로, 그가 고안한 기초없이 50층 이상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역피라미드 공법'은 20여 개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세계의 여러 유적지를 탐사하며 연구를 했다. 최근 '세계사를 뒤흔든 발굴' '현대과학으로 다시 보는 한국의 유산 21가지' 등 대중 과학저술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 불가사의에 대한 저자의 답은? 버뮤다 삼각지대 실종은 강력한 전자기장으로 추정한다. 1년에 선박 15만척이 지나는 곳에서 실종 사건이 없을 수 없으며, 미디어에 의해 과장됐다는 해석도 덧붙인다. 파라오의 저주는 무덤 속 곰팡이와 폐렴균 때문에 일어났다. 나스카의 거대 문양은 2000년 전 이미 열기구를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던 나스카인들이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그린 그림이다. 네스호의 괴물이나 히말라야의 설인은 전형적인 사진조작의 결과다. 대중의 왕성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호기심 천국 과학서'다. 눈높이를 낮춘 대중과학 저술의 좋은 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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