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핵융합」싸고 열띤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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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외국에서 성공한 상온핵융합실험이 단순한 화학반응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의 재현실험에 관해서도 일부 학자들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아무런 검증절차 없이 성급하게 학자들을 동원, 발표해버린 과기처에도 비난의 화살이 몰리고 있다.
과기처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과학기술원의 윤경석 박사(50·전기화학)와 한국화학연구소의 이규호 박사(37·고분자화학)가 지난 3월 미국 유타대의 「폰스」교수와 영국「플리시맨」교수의 핵융합실험 성공 후 각각 실험에 착수, 핵융합을 나타내는 몇 가지 증거를 얻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윤박사는 핵융합반응의 증거로 ▲3중수와 베타선 방출감지 ▲격렬한 반응을 보여주는 전극표면변형 등을 들었고, 이 박사도 ▲핵융합반응의 제1 증거인 3중수소와 베타선 방출 ▲제2증거인 질량수 3과 4의 헬륨 발생 ▲제3증거인 다량의 열에너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표가 있은 후 21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토론회에서는 핵반응을 입증해주는 중성자방출 등 정확하게 측정된 자료 없이 단순히 「미미한 중성자의 발견」정도로는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서울대 민동필 교수(물리학)는 『핵융합반응은 가장 핵심적 요소인 중성자의 방츨여부와 열 발생 등이 정확히 측정돼야 한다』고 전제, 이번 실험은 이런 점에서 과정상 다소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박사는 열이 항상 발생한 것은 아니었으나 전압조작에 의해 최고 섭씨3백50도까지 올라간 것으로 보아 에너지가 발생했다고 보이며 베타선과 3중수소가 검출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박사도 실험자체는 학부수준의 간단한 것이나 몇 가지 증거는 분명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김하석 교수(화학)는 몇 가지 상황만으로 핵융합반응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고 과학기술원 장순흥 교수 (핵공학)도 질량수 3이라고 해서 3중수소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물리·화학자들의 공동연구를 통해 정확히 규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 이병호 교수(핵공학)는 과기처에 낸 보고서에서 최근 국내외의 핵융합실험은 다소간의 중수소 핵과 3중수소 핵의 융합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인 모양이나 현재로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고 핵융합의 확고한 확인실험은 거기서 나오는 고속중성자를 검출하고 카운팅하는 일, 헬륨3과 4를 검출하고 카운팅하는 일, 열 출력을 정확히 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교수는 또 팔라듐이 티타늄 속에서의 중수소 핵의 움직임이 어떠하며 어떻게 해서 중수소와 3중수소의 핵간거리가 좁혀지는가, 뮤온입자가 오는가 등의 기본 메커니즘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실험실 규모에서는 이들 물질의 나오는 양이 적어 검출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북해도대 연구팀은 「폰스」-「플리시맨」팀의 실험과정에 문제점이 많았음이 밝혀지고 있다면서 방출열도 핵융합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팔라듐 전극에서 발생한 산소와의 화학반응에서 생긴 연소열이라고 주장했다.
「폰스」팀은 영국의 세계적 과학권위지인 『네이처』에 제출한 논문에 대한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받은 후 논문게재를 철회했음이 최근 밝혀져 자신들의 실험에 문제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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