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향기] 머리카락이 '내 몸의 건강' 신호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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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범죄 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머리카락 유전자 검사는 이제 생소한 과학이 아니다. 미 연방수사국(FBI) 모발-섬유 부서가 1년에 다루는 범행현장의 머리카락 증거는 무려 2500여 종이나 된다. 머리카락의 용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엔 우리의 건강상태까지 단숨에 알려주는 좋은 지표가 되고 있다.

머리카락을 이용한 건강검진은 무통증 정밀영양검사로 불릴 만큼 우리 몸의 영양상태를 정확히 반영한다. 몸에 유익한 칼슘.나트륨 등 필수 영양미네랄은 물론 암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는 셀레늄 등 미네랄의 결핍과 과잉 상태를 알아내 암.당뇨 등 앞으로 나타날 질병이나 합병증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이 같은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머리카락이 일종의 저축 기관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은 성장하면서 나무의 나이테처럼 인체 내 미네랄 상태의 정보를 영구적으로 기록한다. 머리카락은 보통 하루 0.03㎝, 한 달 동안 1㎝ 정도씩 자란다.

그러므로 머리카락 분석을 의뢰할 때 모근에서 3 ~ 4㎝ 정도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제출한다면, 3 ~ 4개월 동안 내 몸에서 일어난 건강정보의 평균 데이터를 알아낼 수 있다. 특히 머리카락은 혈액이나 소변과 비교해 볼 때 10 ~ 50배의 농도로 미네랄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훨씬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인체는 매일 매 순간 변화한다. 때문에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는 검사 시점 그 순간만의 상태를 아는 것에 불과해 과거의 건강정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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