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환경을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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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환경회의 소식>
지난 11일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폐막된 세계환경회의에서는 지구환경의 파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막기 위한 환경감시기구를 유엔에 설치한다는 원칙에 합의하였다.
이보다 앞서 88년6월27일 카나다에서 열린 국제환경회의는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하여 지구의 대기는 급속히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국제간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이미 지구상의 여러 곳에서 우려할 만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회의는 또 대기의 오염으로 19세기 중 지구의 기온은 평균 0.7℃정도 높아졌으나 21세기에 이르면4.5℃까지 높아지고 지역에 따라서는 그 배로 높아져 강우량의 분포와 대기 및 해류의 순환을 변화시키며 남·북극의 빙산이 녹아 바다의 수위가 높아짐으로써 해안과 섬이 잠기고 태풍의 빈도가 잦아지면서 산림의 황폐화와 토지의 사막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심각한 오존층 파괴>
최근 극지를 비행한 영국의 탐험대는 남극 상공에서 오존층에 구멍이 뚫인 것을 목격하고 이를 촬영하여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오존층이 파괴되면 자외선 피목이 증가되어 피부암과 백내장 및 망막장애를 일으키며 생물의 성장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환경학자들은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의 증가는 생태계를 산성화하고 산성비를 내리게 하여 호수와 토양과 산림은 물론이며 동식물과 건축물, 문화재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경고하고 그 주범으로 화력발전과 차량 등 수송수단의 증가를 꼽고 있는데 이점에 대하여 우리도 깨달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오도된 반공해운동>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이르러 공해추방운동단체가 생겨나고 조직적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이는 병들고 있는 지구환경을 살리기 위해 매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가지 납득이 안 가는 것은 공해추방운동의 표적이 원자력발전을 반대하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다.
미국 트렌트대학 총장 인케네스 헤어박사는 「재래식 화력발전이야말로 대기오염과 온실효과를 가중시키고 있으나 원자력발전은 그같은 공해가 없으므로 원전의 개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을 위시한 많은 나라가 이에 동조하여 그동안의 침체를 벗고 다시 원자력발전의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다.
한국의 공해반대운동도 이러한 세계적 움직임과 우리의 실정에 맞추어 운동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기회에 정부나 원자력을 추진하는 산업계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의 뜻을 수렴하고 이해를 넓히는 노력이 기울여져야 하며 원자력을 반대하는 인사와도 대화의 광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고언을 드려고 싶다.
민주사회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게 마련이며그 가운데는 격렬한 반대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병든 지구환경을 살려야 한다」는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의문이 있다면 무엇부터 손을 써야 하느냐는 선택의 문제가 남게 된다. 그 선택은 우리가 풀어야하는 공동의 과제이다.
이원양<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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