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 여성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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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헌법에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며 어떤 경우에도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눈이 부시게 화사한 어느 봄날 오랜만에 사촌여동생이 우리집을 찾았다. 그러나 반갑게 맞이하는 내모습과는 달리 수척해진 얼굴과 축 늘어진 어깨를 보고 금방 좋지 않은 일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잠시후 동생은 사회에 심한 불만을 터뜨렸다.
산골 동네에서 태어난 동생은 어릴 때부터 총명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런 이유로 동네 여성 제1호의 대학생이 되는 행운을 얻었고 가난했지만 부모형제의 희생에 가까운 노력으로 대도시에서 대학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졸업을 앞두고 취업 문제에 부닥쳤을 때 그녀는 뛰어 넘을 수 없는 사회의 높은 벽을 보았다고 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경우 취직원서 접수과정에서 여성은 접수할 기회마저 박탈당했고 아직도 여성은 직장에서 남성의 보조원에 가까운 잔심부름꾼으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또 광고에는 분명히 업무직이니 교육직이니 하며 내근직을 명시해 놓고 막상 가보면 거의가 외판을 해야 하는 외근 영업직을 강요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여성차별은 취업 기회에서 뿐만 아니라 입사 후에도 나타나고 있다.
결혼하면 압박받는 퇴직을 강요당하는 일이 아직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요즈음 한 자녀 가정이 차츰 늘고 있다. 정부가 한 자녀갖기를 권장하고 사회가 공공연히 남녀차별을 자행한다면 바로 나같이 딸 하나만 가진 사람들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다소의 기대는 걸어보지만 과연 깊숙히 뿌리박힌 남녀차별의식을 얼마나 허물어뜨릴 지 의문이다. 힘없는 웃음을 던지며 사라지는 동생의 모습에서 우리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보는것 같았다.<경남 창원시 반림동 반송apt 49동2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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