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점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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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또 비단 우리 조선인들 뿐 아니라 우즈베크인, 심지어 러시아인들도 「하락」씨를 찾아와 다가올 길흉화복을 묻고 그가 적어주는 부적을 받아가고 있으니 참으로 기이한 노릇이다.
쿠일류크 시장-. 이곳은 중앙 아시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며 우리 조선인들에게 있어선 잊혀져 가는 고국의 명물을 언제나 확인시켜 주는 마음의 고향 바로 그것인 것이다.
현재 인구 약 2억8천만명인 소련의 지난 30년간 인구 증가율은 35%에 달했다. 특히 인구 증가율이 높은 지역은 중앙 아시아와 카프카스 지방이다.
그러나 소련내 조선인 인구는 같은 기간 중 29% 증가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조선인 가정의 자녀수는 적은 편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부귀다남이라 하여 자식 많은 것을 복으로 알았다.
그런데 이같은 관념이 변하고 있다.
소련 정부는 노동력 부족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산모에게는 산전·후 2개월씩 4개월의 유급휴가가 주어지며 생후 1년까지 급료의 일부가 주어지는 휴가를 받을 수 있고 모든 여성은 6개월의 무급휴가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 때문에 직장을 잃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조선인들이 자녀를 적게 두는 것은 「자식이 적을수록 양질의 양육이 가능하다」는 합리적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에 사는 조선인들은 결코 「아시아식 다산」은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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