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두 화가 서울나들이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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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장소는 달라도 각기 장인의 머리띠를 두른채 삶의 터전으로서의 고향에 붙박아 살며 주변의 산하와 인간이 엮는 역사적 현실 등을 화면에 담아오던 두 작가가 최근의 작업결실을 모아들고 서울에 올라왔다. 9일까지 서울갤러리(735-7711)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는 이강하씨와 11일부터 16일까지 역시 같은 장소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인 기산 정명희씨가 화제의 인물.
광주를 근거로 작품활동을 해온 이강하씨는 세번째로 갖는 이번 개인전에 영산강과 무등산을 소재로한 연작형식의 대작 80여점을 내놓았다. 평론가 장석원이 지적했듯 「개미처럼 캔버스에 달라붙어 노동하는 작가」인 이씨의 작품세계는 디테일 하나 생략하지 않는 극사실정밀작법을 구사하면서도 우리의 전통샤머니즘을 그 속에 삽입시켜 독특한 민족적 감성을 환기시켜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에 출품된『무등산-자유가 들꽃같이』는 높이 1m90cm, 길이 7m50cm에 달하는 대작으로 무등산 중봉으로부터 천황봉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때의 파노라믹한 구도속에 5명의 누드여인과 탈춤추는 남자 두명을 집어넣어 인물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특히 기슭부터 등성이를 거쳐 봉우리에 이르는 무등산의 전경을 더듬으면서 사계의 자연현상을 오키스트라처럼 교직시켜놓고 저 너머 소실점까지 오색무늬의 비단길을 이어놓은 화면은 한민족의 염원인 화합과 통일을 표상하는 감동적 신을 연출하고 있다.
홍익대졸업과 함께 70년대초부터 줄곧 대전에 머무르며 활약하고 있는 정명희씨는 개인전을 위한 서울나들이로는 이번이 세번째. 틈만 나면 찾아가 눈과 가슴에 넣어왔던 금강의 모습을 그린 작품 17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충북 수분리에서 군산 앞바다에 이르는 약1천리의 금강유역을 실경으로 집약처리한 이번 출품작들 중에서도 희·노·충·악의 서브 타이틀을 붙인 『대하금강』연작 4점은 작품성에 못지 않게 각각 5.4m×2m에 이르는 그 규모의 거대함이 압권을 이루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그가 한때 심취했던 서구모더니즘의 비정형공간개념과 결별하고 70년대 후반부터 모색하기 시작했던 전통수묵세계의 정착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 평론가 최병식씨의 얘기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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