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경 강력 대처로 정국 격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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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울산사태가 악화일노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좌경 강경 대처로 선회하자 문익환 목사 사건으로 몸살을 앓던 정국이 마침내「좌경」문제라는 격랑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울산 사태를 두고 야당 측은 공권력 개입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여당 측은 공권력이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결전양이라고 보고 있어 엄청난 시각차를 노출하는 등 첨예한 대결양상.
정부측은 문 목사 귀국 및 5월 총 파업설에 대비해「좌경척결」의 강경 수단을 휘두를 태세여서 정치가 자칫 장외대결로 흘러갈 양상마저 나타나는 등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내무도 참석 확대회의>
○…민정당은 6일 오전 당사에서 영정회의와 확대 당직자회의를 잇달아 열어 악화일노를 걷고 있는 울산 현대 중공업 노사분규사태와 이와 관련, 확산되고 있는 노학연계, 고교생 의식화 문제를 집중 논의했고 또 이날 낮 청와대에서 체제 전복세력 대책회의가 열려 바야흐로 당정간에 좌경 강경 대책이 본격 수립되고 있는 인상.
이날 오전 당정회의는 당초 정원식 문교·장영철 노동장관만 출석시킨 가운데 당 학원특위 회의를 계획했으나 울산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 이한동 내무장관까지 참석시켜 회의규모를 확대.
정 문교장관은 회의에 앞서 특히 고교생의 좌경의식화 문제에 대해『고교1, 2학년은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시기로 사회를 부정적으로 보려는 심리가 겹쳐 있어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어떤 일이 있더라도 고교생의 편향된 의식화 교육만은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게 정부방침』이라고 강조.
회의에서 민정당 측은『학생들이 정권 타도 투쟁에서 이제는 노학 연계 투쟁으로 발전, 국민을 불안케 하고있다』고 했는데 정 문교장관은 보고를 통해『중평유보 이후 학내에서 동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운동권 학생들이 교외로 뛰쳐나가 노학 연계로 정치 투쟁화 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이 내무·장 노동 장관 등은『울산이 좌경의 연결고리가 되어가고 있다』며『울산사태는 정부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으며 공권력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
이종찬 사무총장은『현대 문제가 이렇게 확대되도록 국회가 해결하지 못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며 자성논을 제기하고『근로자들에게 국회에 대한 신뢰가 없어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우려.

<5월 총 파업설 우려도>
○…정부·민정당 측은 울산사태를 앞으로 좌경세력의 조직적「가투」의 시발이라고 단정.
박준규 대표위원은『이 문제가 현대로 끝나는게 아니고 현대가 끝나면 또 다른 기업들로 번지게 된다』며「춘투」를 앞두고 제대로 진화되지 않으면 일파만파가 될 것을 우려.
특히 여권 일각에서는 좌경세력의 5월 봉기설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분위기.
여권 소식통들은 전민련을 비롯한 재야 세력들이 울산 사태를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문 목사가 귀국해 구속되면 구속반대 투쟁을 벌이고 이것을 4월의「임투」와 연계시켜 전국규모의 파업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불씨가 커지기 전에 사전 봉쇄한다는 것인데 일부 재야단체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히 조사가 이뤄져있어 버튼만 누르면 공권력이 발동된다는 것.
따라서 정부의 조치가 발동되면 상당한 회오리가 불어닥칠 전망인데 야당 측도 이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는데다 재야 단체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어 한판 대결을 각오하고 있는 인상.

<공권력 개입 집중 성토>
○…야당 측은 정부·여당이 울산 사태에 강경하게 나서는데 대해 우려하면서 공권력 개입자제를 촉구.
평민당은 그같은 사태가 나타나게 된 배경이 정부방침의 변화에 있다고 보고「원인제공」 을 하고 있는 공권력의 개입을 성토하는 분위기.
특히 노태우 대통령이「중평연기 후 좌경척결」이란 스케줄을 세우고 강경 방침으로 선회하면서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판단하고 차제에 그같은「음모」를 분쇄하겠다는 자세.
이에 따라 평민당은 임시국회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정부의 방침을 규탄하고 공권력의 철수를 강력히 요구.
민주당은 문 목사 건·울산 사태 등으로 시국이 범 여권대 범 재야·노동권의「한판 승부」쪽으로 치닫고 있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정치권의「시국 주도권」회복을 위한 대처방안 마련에 부심.
따라서 우선 문 목사 사건을 현 단계에서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고 사법·도덕적 책임으로 넘겨야하며 절차를 5공 청산·민주화와 민생문제의「본류」로 시급히 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공화당은 문 목사 사건·울산 분규 개입 혐의 등으로 정부가 좌경 세력 강경 대처방침을 밝힌데 대해서『지켜보아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
김종필 총재는 6일『어느 정도의 좌경인지 분규의 어디까지 개입하고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다』면서『일단 정부조치를 지켜본 뒤 사태가 명확해지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논평.
김 총재는 그러나 정부의 재야 운동권 등에 대한 수사, 의법 처리 방침에 대해선『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실정법에 따라 처리하는게 당연하다』고 강조. <김진국·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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