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계신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전국에 계신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성동원두 서울운동장입니다. "

라디오와 TV를 타고 흐르던 아나운서의 상기된 목소리는 늘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별다른 볼거리도 놀거리도 마땅찮았던 그 시절, 사람들은 축구에 고단한 일상을 잠시 의탁했고 그 중심지는 언제나 서울운동장이었다.

1926년 동대문 밖에 서울운동장이 건설되면서 제1회 전국 야구대회와 경평축구대회 등이 열리며 한국 근대 스포츠의 요람으로 우뚝 섰던 이곳은 62년 오늘 야구장이 개장되면서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박현식 김영조 김응룡 등 한국의 강타자들이 홈런을 날리면 관중들의 함성이 서울운동장을 들썩였다.

박스컵(나중에 대통령배로 변경)과 월드컵 예선, 펠레·에우제비오 초청 경기 등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빅 이벤트가 모두 이곳에서 열렸다. 83년 K-리그의 전신인 수퍼리그가 막을 올린 곳도 이곳이다.

1988년 잠실에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이 생기면서 동대문운동장으로 '격하'된 이곳은 2002년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한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주차장을 활용되면서 마침내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지 운명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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