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목사 귀국 길 배경·동경 안팎 |일 입국비자 관례보다 빨리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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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 목사일행의 일본인국비자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나오자 주일대사관측은 전혀 의외라는 표정.
당초 문 목사의 여권만료기한이 14일까지로 되어있어 여권만기 한달 전 비자신청이라는 일본영사관측의 관례에 어긋나는 데다 북경대사관의 비자발급이 보통 10일이 걸린다는 전례에비추어 이는 「북한을 의식한 특혜조치」가 아니냐는 대사관 관계자들의 얘기.
또 통과사증발급에 대한 부대조건에 있어서도 일본외무성은 『일본국내에서 특정국가를 비난하지만 않는다면 본인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유스럽게 의사발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공관원이 도일 주선>
북경에 체재중인 문익환 목사의 일본입국 비자신청은 주 중국 북한대사관 영사부장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마이니치 (매일) 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문 목사 일행3명이 이날 오전 북경주재 일본대사관을 방문,10여일 간의 일본체재를 희망한다며 입국비자를 신청했다고 밝히고 신청절차는 북한대사관의 김모 영사부장이 대신 밟았다고 전했다.
북한 공관 원이 일본 대사관과 접촉한 것은 KAL기사건과 관련한 대북 제재조치 해제이래 이날이 처음이라고 이 신문은 말했다.
4일 북경주재 북한대사관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문 목사는 3일 서울의 문 목사 부인 박용길 씨와의 전화통화로 문 목사의 아들 3명이 체포됐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기자들에게 『그 아이들이 체포된 이유를 모르겠다…아비를 잘못 만나 고생을 한다』고 말했다.

<북한기자 등 50명 참석>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본·홍콩 등 특파원 및 중국·북한기자 등 50여명이 참석했으며 문 목사가 한국어로 말하면 북한관계자가 중국어로 통역하는 외에 동시통역장치로 영어로도 통역해 주었다.
외국기자들은 문 목사가 설명하는 통일론이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듯 지루한 표정을 짓기도. 이 때문에 회견도중 자주 이적, 처음 50여명이던 참석기자수가 끝날 무렵엔 30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특히 서양기자들은 중국어 통역이 「당국자회담」이란 용어를 자주 쓰자『당국자회담이 무슨 말이냐』고 물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

<일 언론 망명가능성 점쳐>
일본의 일부 언론들은 문 목사가 자신의 구속을 각오하고 귀국할 예정이라면 72시간동경체류가 가능한 무 비자 일본 입국을 했을 텐 데도 굳이 북경주재 일본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발급 받은 사실을 중시, 조심스레 문 목사의 망명가능성을 점치고있다.
일본의 한 기자는 문 목사가 비자유효기간 (오는 14일) 까지 계속 일본에 머무르면서 내 외신을 통해 자신의 방북성과를 알리는 한편 이미 자신에 대한 구속결정이 내려진 국내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귀국을 아예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5일 오후 문 목사일행이 도착하는 성전공항에는 문 목사의 방북활동을 지지하는 그룹과 반대하는 그룹이 뒤얽혀 환영행사 또는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커 매우 혼잡이 예상된다고 한 관계자가 전언.
이에 따라 일본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공항 출입자를 상대로 평소보다 엄격히 검문검색을 펴기도 했다.
문 목사를 지지하는 일본 내 반체제그룹으로는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 (JNCC) , 한국문제기독자 긴급회의, 일한연대 작가회의,「이토·나리히코」 (이등성츨·중앙대 교수 닉다카사키· 소시」(고의종사) 등 작가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민단은 2백 명 정도의 간부를 동원, 「문 목사의 입북활동반대, 구속요구」의 시위를 벌일 예정으로 있다.
일본 나리타공항에는 문 목사의 동경도착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파견된 국내보도진 30여명 등 내 외신 기자 3백여 명이 몰려 취재경쟁.
【동경=방인철·최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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