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목사 귀국 길 북경·동경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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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화내며 기자회견 거부>
○…북경 건국호텔 471호실에 투숙한 문씨는 3일 호텔방으로 기자들이 모여들자 다소 역정을 내면서 회견을 완강히 거부하다 사진 촬영만의 조건으로 일부 기자들과 만났다.
호텔내 스낵 레스토랑에 나타난 문씨는 시종 밝은 표정으로 저녁 식사를 했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4일의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고 대답,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문씨는 기자들이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자 일본말로『이제 그만하자』고 부탁하기도 했다.
○…문씨 일행은 일본체제 비자가 나올 것인가를 궁금히 여기고 있으며『북경에 며칠 더 머무를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한국 국내의 반응을 보면서 귀국시기를 선택할 의사도 있는 것으로 밝혔다고 일본 신문들은 보도했다.
특히 아사히(조일) 신문은 문씨와 정경모씨 등 일행이 3일 밤 호텔 방에 모여 앞으로의 행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하고 사진 촬영만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취재기자를 호텔 방에 들어오도록 허락했다고 분위기를 말했다.
특히 일본 신문들은 정경모씨가 최대의 걱정은 일본 체재비자가 나올지 여부이며『서울이나 동경이 그렇게 시끄러운가』라고 기자들에게 묻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놀랐느냐" 되 묻기도>
○…한편 문씨 일행이 북경 공항 도착시 북경주재 북한대사 주창준의 공항 활주로 접근 허용은 중국당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일본 기자들이 논평했다.
○…문씨는 일행과 떨어진 화석영씨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나 정경모씨는 황씨가 그의 작품 장길산의 무대인 구월산과 감악산 등을 취재 여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씨는 70세의 고령에도 피곤한 기색없이 자신의 방북에 놀랐느냐고 기자들에게 되물으며 이번 평양방문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주일 한국 대사관 비상>
○…주일 한국 대사관은 문씨 일행이 동경 경유로 귀국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자 3일부터 초긴장 상태.
국내의 경화된 분위기 때문에 이들이 귀국을 못하고 일본에 계속 머무를 가능성도 있어 이렇게되면 한일간에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일으키지나 않을지 염려하는 눈치.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있어 일본 당국이 문씨 일행의 장기체류를 그렇게 탐탁지않게 여기리란 관측.
문씨는 여권 만료기일이 4월14일로 일본비자를 신청하려면 여권 만료전 1달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저촉되어 있는 상태. 때문에 일본입국에는 일본 당국의「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관계자들의 얘기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 특히 일본 대사관은 비자신청을 원칙적으로 1주일 전에 받아 발급하는 관례에 따라 신청 즉시 당일발급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북경 발 항공 모두 체크>
○…주일 한국 대사관은 3일부터 북경에서 오는 항공편을 일일이 체크, 승객 리스트를 입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느라 부산.
문씨 일행이 동경에 입국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4일과 5일에는 모두 7차례의 북경발 비행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에는 중국민항(CA925) 편이 오후1시50분, 전일공 NH906편이 오후8시5분, 일본 항공 JL782편이 오후7시50분에 각각 나리타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며 5일에는 오후1시50분에 중국민항 CA925편이, 미 유나이티드 항공UL 858편이 오후3시55분에 각각 나리타에 내릴 예정.
그러나 오사카에 도착하는 중국 발 비행편도 4일 중 중국민항 CA921편(오후 2시45분), 5일 일본 항공 JL786편(오후7시15분) 각 1차례씩 있어 오사카에도 비상 근무자를 파견, 승객들을 체크할 대세를 갖추었다고 관계자들이 전언. <동경=방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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