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런 과학이] 스트레스의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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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스트레스는 원래 공학에서 물체의 비틀어짐을 의미하는 말이다.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20년대 미국의 생리학자인 캐논이다.

동물은 스트레스 상태에서 자율신경계.내분비계.면역계 등의 생체 조절계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불안과 공포, 분노의 반응과 기억 및 학습에도 영향을 준다.

이런 모든 반응은 뇌에서 일어난다. 스트레스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이 있는데 이 중 노르아드레날린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스트레스의 측정은 노르아드레날린의 증가 정도로 유추해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쥐에게 구속 스트레스.전격 스트레스(급성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심리 스트레스(불안과 공포를 받는 경우)를 준다. 노르아드레날린의 증가 유무에 대한 결과를 갖고 사람의 스트레스 형태를 유추해 보기 위해서다.

우선 구속 스트레스에 대한 실험결과로부터 유추해 보면 인간을 감옥에 구속하는 그 자체는 일시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다.

그러나 오랫동안 감옥 생활을 하면 그곳 생활에 익숙해져 도리어 스트레스가 감소하게 되고, 그저 하루의 평범한 일상생활로 여겨지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감옥에 장기수로 오래 구속시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격 스트레스의 경우를 살펴보면, 부모가 자녀에게 체벌을 처음 가하면 자녀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러나 체벌이 자주 반복되면 자녀는 그 체벌이 하나의 일상생활로 여겨져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된다. 그러니까 나쁜 짓을 하고도 전혀 죄책감 없이 체벌을 받아들이고, 그저 단순한 하루의 일과로만 생각하게 된다. 즉 잦은 체벌은 교육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말이 된다.

이에 반해 심리 스트레스는 초기 영향이 적지만 자꾸 반복되면 스트레스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아마 범죄자들이 도망다니다 나중에 불안과 공포에 대한 스트레스를 겪다 체포됐을 때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말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이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러면 스트레스 해소는 생체에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우선 쥐 실험에 대한 결과를 보면 분노를 발산한 쥐는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 후 노르아드레날린 양이 상당히 감소하는 반면 발산하지 못한 쥐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노르아드레날린 방출이 크게 나타났을 뿐 아니라 위 점막 손상도 상당했다.

최정훈 한양대 화학과 교수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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