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들쭉날쭉…방향 오락가락|대북 정책 "뭐가 뭔지 모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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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문익환목사 방북 회오리」에 대해 반공단체와 재야 등의 찬반 성명전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측의 확고한 대북 정책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북한 관에 큰 혼란을 겪고있다.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 북한 방문, 북한과의 잦은 물적 교류를 보아온 시민들은 갑작스레「문익환 목사 돌풍」을 만나자『대북 정책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교단의 교사들조차『앞으로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교사들 스스로도 혼란을 겪고있다』고 말하고 있다.
통일문제 전문가들은『정부가 중·소등과 잦은 접촉을 갖고 있으며 정주영씨 등의 북한방문, 북한과의 물적 교류까지 하면서도 일정한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북한은 60년대이래 내용상 다소 수정은 있었지만 단일명칭의「고려연방제」를 통일정책으로 추진해오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양상의 통일방안이 등장, 통일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데다 최근에는 민주화 물결을 타고 각계 각층의 다양한 통일논의가 대두되고 있으나 이를 수렴할만한 연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정부의 통일정책을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자체도 금년2월 교과서 개정 때 북한을 적대시하는 표현들을 삭제하고 확립된 대북 정책을 삽입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북한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직시하지 못한 채 5공화국 때 내용을 그대로 싣는 등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혜화여고 고영균 교사((31)는『정부의 통일방안을 쉽고 자세히 알려줄 만한 자료가 전혀 없어 무엇을「가르쳐야할지 모르겠다』며『그나마 있는 자료들은 추상적인 선언일색이어서 학생들이 꼬치꼬치 따지면 답변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기 일쑤』라고 말했다.
주부 이판임씨(37·서울 미아동4)는『정부가 통일 정책·대북 정책에 대해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을 본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고『국민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TV등에 나오는 북한모습을 보고 왜 북한이 저렇게 잘 사느냐고 물을 땐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당혹스럽다』고 했다.
대학생 김미숙양(21·홍대2)은『요즘 통일정책을 보면 정부가 통일을 소중히 여겨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보다 정권유지를 위해 그때그때 편리한대로 정책을 내세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통일얘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고대 강둔학 교수(정치 외교학)는『지금까지 정부의 통일정책은 적극적이라기보다 북의 외교공세에 대한 대응으로서만 강조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통일에 대한 국민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제반 통일논의를 제도권 안으로 흡수, 수렴해야 하며 이를 위한 집중적인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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