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된 일이냐" 시민 충격|문 목사 전격 평양행에 각계반응 민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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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휴일인 26일 전격적으로 전해진 문익환목사 북한 방문소식은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많은 시민들은 문 목사의 통일에 대한 열정은 이해하나 정부와 최소한의 협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방북 한것은 통일 논의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망상이며 민주화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다고 불안해했다.
북한문제 전문가들도 문 목사의 평양 방문은 북한의 통일 선전전략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재야 등 일부에서는 『문 목사의 평양방문은 정부의 통일론의 독점기도에 쐐기를 박는 쾌거』라고 말하고『통일을 향한 민중의 염원을 담은 문 목사 방북을 계기로 통일논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길승흠 교수(서울대 정치학)=정부와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정치적 문제를 주제로 김일성과 회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정주영씨의 방북은 정부의 적절한 통제하에 쌍방에 이익이 되는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되지만 문 목사의 경우는 동기가 다르다할지라도 김일성의 정치적 선전물로 이용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문씨의 이상주의적 통일론이 현실정치에서 난파될 것 같아 안타깝다.
◇이종복씨(한국노총 조직국장)=모장관과 국회의원의 사퇴 등에 이어 또다시 국민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통일논의를 촉진시키려는 뜻이었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절차가 진행됐어야 한다고 보며 민주화를 저해하는 빌미로 활용되지 않기 바란다.
◇성민경 변호사=문 목사의 행동은 분명히 실정법 위반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는 대북 창구를 정부로 일원화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기는 했지만 국민에게 변화내용과 북경 등에 대한 설명 없이 은밀히 추진해온 것도 문 목사로 하여금 이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정부는 앞으로 이 같은 사태의 예방을 위해서라도 남북대화의 진행상황 등을 국민들에게 자주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부형 전민련 공동의장=정부가 아무리 국가보안법과 군사분계선으로 통일을 가로막는다 하더라도 조국통일을 향한 민중의 염원을 짓밟을 수 없음이 문 목사의 방북 결행으로 증명됐다.
문 목사의 방문이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며 경부는 전민련이 배한 측에 제안한 범민족대회, 전대협의 평양 청년학생 축전참가를 더 이상 막지 말 것을 촉구한다.
◇이경애 씨(57·주부·서울 삼성동)=시위·농성이 너무 잦아 그렇지 않아도 불안스러운데 또 다시 큰 충격을 받았다. 문 목사가 북한에 간 것까지는 좋으나 정부와의 협의 없이 개인자격으로 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남북대화도 좋지만 북한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까 두렵다.
◇임종석 전대협 임시의장=문 목사의 평양방문은 정부의 통일논의 독점기도에 쐐기를 박은 쾌거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전민련의 범민족대회 개최, 전대협의 평양축전 참가문제 등에 대해 보여온 그간의 반민족적 작태를 즉각 중지해야한다.
▲신상조 씨(49·서울시교위 장학사)=통일이 아무리 민족의 염원이라 하더라도 현실법 질서를 어겨 가면서까지 개인이 마음대로 방북 하는 행위는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통일 논의를 오히려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정회영 씨(34·상업·서울 창전동)=모든 일에 따라야할 절차가 있는 법인데 문 목사의 이번 방북은 너무 성급하고 경솔했다. 아무리 통일이 시급하다해도 분단이후 40년이나 지난 것을 감안하면 너무 앞질러 가면 오히려 남북교류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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