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최연소 CEO, "글로벌 소년소녀 연결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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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소녀 힐러리 입(Hillary Yip, 중문 이름 叶礽僖)은 13세 나이에 소프트웨어 회사 CEO가 됐다.

아동 대상 커뮤니티 앱 기획해 선보여 #전세계 원활한 소통 꿈꾸는 어린 사장

이 어린 소녀가 직접 기획해 출시한 제품은 전세계 각국 어린이들이 함께 소통하며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앱).

‘홍콩의 신동(神童)’ ‘최연소 CEO’ 힐러리 입은 주변 또래들과 사뭇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힐러리 입 [사진 워아이쉐시쥐러부]

힐러리 입 [사진 워아이쉐시쥐러부]

또래와 달랐던 영재 소녀의 창업스토리

이 어린 CEO의 비범함은 가정교육과 개인적인 흥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홍콩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 홍콩 경찰인 아버지와 전업 주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국제학교를 다닌 힐러리는 어릴 때부터 영어를 쓰는 환경에 노출돼 광동어보다 영어가 더 편하다. 늘 손에 책이 들려져 있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던 그녀는 매주 적어도 20권의 책을 읽었다. 역사, 위인전, 소설 등 분야도 편식하지 않았다고.

[사진 워아이쉐시쥐러부]

[사진 워아이쉐시쥐러부]

보통화(普通话 표준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10살이 넘어서였다. 중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부딪히는 미묘한 매력을 알게 됐고, 2017년 5월 자신의 학습 경험을 토대로 ‘마이너 미나스(Minor Mynas)’라는 앱을 출시한다.

이 앱을 만들게 된 계기는 전세계 어린 친구들이 서로 교류하며 공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힐러리는 각기 다른 언어로 소통하며 세계 각지 어린이들이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평등하게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랐다.

CEO여서 가장 좋은 점은, 상사가 없다는 점이죠  -BBC 인터뷰 중

나이에 비해 성숙한 사고를 지닌 힐러리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남다름'으로 인해 아웃사이더가 된 소녀는 동급생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했고, 학교를 자퇴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이후 부모님의 지원과 격려에 힘을 얻었고, 그렇게 시작한 홈스쿨링은 창업의 계기가 됐다.

"엄마께 가장 감사해요. 제 모든 여정을 함께해주시거든요. 엄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 해내지 못했을거예요"

50개국 5천만 어린이들의 소통 창구

Minor Mynas 앱 화면 캡쳐 [사진 liqucn.com]

Minor Mynas 앱 화면 캡쳐 [사진 liqucn.com]

현재, 힐러리가 개발한 앱은 전세계 약 50개국 및 지역에 사는 약 5000만 명의 어린이들의 소통 창구로 쓰이고 있다. 각기 다른 배경, 문화, 나이의 어린이들은 이 앱을 통해 글로벌 친구들과 마주한다.

주 이용층이 '아동'인만큼 부모가 우선 계정을 만든 후, 부모의 계정을 통해 아이도 가입이 가능하다. 이용자들은 앱 내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언어로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 직접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고, 일대일 대화를 하기도 한다. 불건전한 내용 혹은 보안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학부모가 아이의 앱 내 활동에 대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바이두 바이커]

[사진 바이두 바이커]

힐러리네 회사는 가족과 창업 멘토로 구성돼 있다. CEO 힐러리는 각종 기획 및 회의를 책임지고 주관한다. “각종 처리할 사안에 대해 자주 회의를 열어요. 남동생은 영상 찍는걸 도맡고, 대외업무는 엄마가 주로 맡아 하시죠. 어찌됐든 저는 아직 13살 소녀니까요”

13세 CEO도 그녀의 회사도 모두 입소문을 타면서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힐러리는 알리바바 마윈, 실리콘밸리 싱귤래리티대학교 창업 포럼 등으로부터 연설 요청을 받기도 했다. 알리바바기금회(阿里巴巴基金会)에 참석했을 때, 힐러리는 홍콩 융허완구그룹 주석 린량(林亮)과의 대화 중 이같은 말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13세든 93세든 꿈을 이루기 위해 전심전력할 수 있어요. 꿈이 있다면, 이르고 늦은 때는 없습니다. 바로 지금이 최적의 시기죠.

[사진 터우탸오]

[사진 터우탸오]

자신에 대한 평가도 제법 냉정하다. "지금은 초기 단계일 뿐입니다. 저의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 쉽지만, 역시 많은 이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저를 바라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제 능력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창업 후 지금까지, 힐러리 입은 전에 비해 자신감을 얻었고, 보다 대담해졌다.

"어린 시절에 전세계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지낼 수 있다면,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해 세상이 좀 더 아름답게 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바로 이 점이 제 초심이자 동력입니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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