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공모제 '밥그릇 싸움'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교장 공모제' 도입을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교장 공모제는 교단의 연공서열식 인사관행을 깨고 교직 경험이 없는 일반인과 평교사들에게도 교장직을 개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개선안을 마련 중인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 한국교총과 전교조 등이 다른 주장을 펴며 맞서고 있다.

◆ 각양각색의 주장들

①교육개혁위=교장자격증제를 폐지하고 10년 이상 교직 경력자에게 국.공립 학교의 교장 공모 자격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시행이 목표다. 젊고 유능한 교장을 영입해 학교에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기업계.학계 등의 전문가가 교장이 되는 것은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나이를 낮추는 것만으로 교육의 질 개선이 가능하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②교육부=경영인.대학교수.일반인 등에게도 교장 자격을 주자는 입장이다. 이미 9월부터 대안학교.특목고 등 특성화학교 20곳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성화 학교에서 시범실시한 뒤 일반 학교로 확대하면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③교총=한국교총은 9일 "교직의 전문성과 교단 질서를 어지럽히는 교장 공모제를 전면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외부 인사 영입과 교장자격증제 폐지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처럼 교육감이 임명하는 방식대로 하자는 것이다.

④전교조=교장 공모제에는 찬성한다. 대신 공모자격을 교직 경험 5년 이상으로 낮추자고 한다(교육개혁위는 10년). 또 개별학교에서 교사들이 교장을 선출하자고 주장한다. 이 안대로라면 조직화된 전교조가 미는 젊은 교사들이 교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 결국은 밥그릇 싸움? =해마다 1500명 정도가 교장에 임용된다. 그런데 교육개혁위 안대로 내년에 364개 학교에서 교장이 공모로 선출되면 그만큼 나이든 교사들의 '밥그릇'을 빼앗긴다. 교총이 전면투쟁을 선언한 이유다.

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