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권하지 않는 대학생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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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학생들은 등록금 조달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생 과외를 찬성하고 있으나 이것이 과소비를 유도하고 대학간의 격차를 심화시켜「일류병」을 깊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서울여대 생활관에 있는 1학년 2백여 명은 특수쟁점 토의 프로그램에「대학생과외」를 상정, 20일 오후 7시30분부터 약 2시간동안 학교소극장에서 대학생과외의 득실을 따져보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는 대학생과외 찬성 측 주장, 반대측 주장을 각각 듣고 전체참가자가 질의 및 의견개진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찬성 측에 선 안경숙 양(영양학과)은『대학 등록금이 1백만 원에 상당하는 현실에서 대학에 합격하고도 진학의 어려움을 겪어야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하고『대학교육은 가진 자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대학생과외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외가 아닌 일반 아르바이트는 시간당 5백∼7백원정도로 하루 5시간씩 한 달을 꼬박 일해도 10만원 안팍벌이밖에는 안돼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육체적 피로가 쌓여 학과공부도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맞서 어수희 양(사회사업학과)은『생활보강이 안 되는 근로자도 많은 현실에서 대학생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 과외를 허용한다는 것은 사회평등 원칙에 위배되며, 돈의 개념이 미처 정립되지도 못한 대학생 신분으로 쉽게 돈을 벌면 소비·사치풍조로 흐를 위험이 크다』고 반대했다.
강정은 양(사학과)도『대학생과외 전면허용이라고 하지만 실제 과외교사로는 일류대·일류학과 생을 선호, 대우 면에서 학교간의 격차가 크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사회의 일류병 현상을 심화시킨다고 반대의사를 개진했다.
그러나 권재희 양(의류학과)은『대학생들이 돈을 벌었다고 해서 반드시 소비로만 쓸것이라는 단정은 옳지 않으며 그것은「윤리」문제이지「과외」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장소영 양(영양학과)은『대학생도 과외지도를 하려면 공부를 해야하고 교사들도 학교교육에 신경을 쓰게될 것이므로 전체적인 학업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찬성을 표했다.
독어독문과의 한 학생은『서울대 30만원, 웬만한 대학은 20만원이며 일류대 아닌 학생들은 초·중학생지도로 10만원정도를 번다면 실질적으로 등록금 보탬이 되는 것은 극히 일부 대학생』이라고 지적하고『돈벌이에 급급하여 겹치기도 불사한다면 우리의 요람인 대학생활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강한 반론을 제기했다.
대학생들은『고학력=고 임금, 일류대출신 선호, 빗나간 문교행정 등 사회제도의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과외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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