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교, 이라크전 첫 참전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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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소속 에런 와타다 중위가 7일 워싱턴주 타코마에서 "불법적인 이라크전에 참전할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타코마 로이터=연합뉴스]

한 미군 장교가 '양심상의 이유'로 이라크전 참전을 거부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일반 병사가 이라크전 참전을 거부한 적은 있으나 장교가 참전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논란의 주인공은 미 육군 스트라이커 부대 소속 에런 와타다(27) 중위. 그는 7일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불법적이며 윤리적으로도 온당치 않은 전쟁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병사는 물론 특히 장교에겐 명령이 정당한지를 판단, 불법적인 경우 이를 거부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초 언론과의 회견을 계획했으나 소속 부대 측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아시아계 미국인인 그는 2003년부터 군복무를 시작, 올 12월까지 복무토록 돼 있다. 그러나 그는 1월에도 참전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몇 달 뒤 조기 전역을 신청했었다. 그러나 미군은 그의 전역 신청을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와타다의 행동을 놓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지지자는 "독일군 장교들이 유대인 학살에 가담치 않았다면 훗날 영웅이 됐을 것"이라며 그의 행동을 양심적 병역 거부로 치켜세웠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이라크에 가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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