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6.9cm""얼굴이 메갈" 이수역 사건으로 본 모욕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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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소송 두 번째 편.

지난 11월 13일 발생한 이수역 사건은 '말싸움'이 '폭행'으로 번진 대표적인 경우다. 현재까지 나온 경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여성 2명은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페미니즘’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 주변 손님과 갈등을 빚었고, 이후 식당에 있던 남성 3명과 여성 2명 사이에 성적인 모욕이 오가며 갈등이 커졌다.
결국 이들은 쌍방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형사 전문 최주필 변호사와 함께 말로 인해 벌어지는 분쟁인 모욕죄와 폭행과 경계를 맞닿고 있는 정당방위에 대해 알아보았다.

과거 '한남충'이라고 발언한 대학원생 벌금형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 인정돼야

경찰에 따르면 당시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너는 6.9cm다'"고 말했다. 또한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얼굴이 왜 그렇냐, 메갈이냐"고 대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발화의 전후 관계가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았고, 이에 관해 현재 경찰 조사 중이다. 다만, 신체 부위에 대한 모욕적 표현을 주고받은 사실은 분명한데 이 경우, 모욕죄가 성립할까.

최주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과거에 '한남충'이라는 표현을 두고 재판부가 '~충'을 모욕적 표현으로 인정했다"면서 "보통 상스러운 욕설 등에만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생각하지만 '너는 최순실 같다'라는 말도 모욕죄가 인정된다. 신조어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나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언급을 '모욕'으로 해석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며, 만약 이들이 직장에서 동료의 신체를 가지고 이같은 발언을 했다면 명백하게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설명했다.

정당방위의 범위는 어디까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업주의 발언, 경찰 조사를 종합하면 여성이 남성의 모자를 쳤고, 실랑이가 오갔으며 이후 업소 바깥 건물 계단에서 남성과 여성의 몸싸움이 벌어지며 부상의 정도가 커졌다. 경찰은 양쪽이 서로 맞았다고 주장함에 따라 조사과정에서 정당방위 해당 여부를 두고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단이 가담한 폭력이기 때문에 정당방위보다는 특수폭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법은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느냐' 보다는 '누가 크게 다쳤느냐'를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2000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먼저 폭행을 당하고 난 뒤 상황이 종료됐는데도 물리적 대응을 하면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수역 폭행 사건'에서 남성들은 "여성이 스스로 피하다가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성들은 "남성이 계단에서 힘으로 밀었다"고 대립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일단 내가 움직인 것, 피하거나 싸우는 와중에 상해가 발생했다면 폭행의 인과관계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욱하는 마음에 싸움이 번져가는 것이기에 정당방위와 폭행의 경계는 정말로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조소희·박사라 기자 jo.sohee@joongang.co.kr

▶[어쩌다 소송] 이수역 사건으로 본 모욕죄와 정당방위.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더 많은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Rph7kSWa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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