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전당포 한번 보실래요 … 독일인 잔더의 한국 사진 300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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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금은 길 양쪽으로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서울 무악재 일대. 100년 전에는 한가한 언덕길이었다. 짐이 가득한 지게를 매고 지팡이에 몸을 맡긴 채 언덕을 오르는 아저씨가 보인다. 언덕 아래에는 초가집이 줄지어 있다. '뎐당국'(전당포.사진) 글자가 선명한 가게 앞에선 한 노인이 갓을 고치는 데 정신이 없다. 노인은 따가운 햇볕을 피할 요량으로 키 높은 일산(日傘)도 세워놓았다.

광화문 거리는 또 어떤가. 저 멀리 북한산 자락이 선명하게 보이고, 행인이 많지 않은 대로는 더욱 넓어보인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장소로 알려진 경복궁 내 건청궁 모습도 보이고, 경부선의 종착역이었던 서대문역 전경도 새롭게 다가온다.

14일부터 8월 28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독일인 헤르만 잔더의 여행' 사진전에 나온 작품들이다. 100년 전 한국의 풍경과 일상을 보여준다. 일본 주재 독일대사관 무관으로 있었던 헤르만 잔더(1868~1945)는 1906~07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 서울.부산은 물론 함경북도 성진.길주 일대를 필름에 담았었다. 그의 손자가 2년 전 관련 사진을 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전시에는 총 300점이 소개된다. 특히 잔더가 일본인 사진가 나키오를 기용해 찍은 사진 168점은 처음 공개된다. 민속박물관 김종태 학예관은 "100년 전의 한국을 찍은 사진이 제법 남아있지만 잔더의 사진은 촬영 장소.날짜 등이 명확해 한국 근대사 복원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02-3704-315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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