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드라마 더 이상 없다" 김병준 발언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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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드라마 더 이상 없다'고 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중앙일보 6월 7일자 1면)이 정치권과 네티즌들 사이에 일파만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선거 패인 논란에 휩싸인 부동산.세금 정책에 대해 "우리가 가는 길이 옳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런 중앙일보 인터뷰에 대해 노 대통령의 핵심 참모는 7일 "김 전 실장이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여권 안에서 혼란이 계속되자 대통령의 입장과 기조를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중앙일보 보도를 꼼꼼히 챙겨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네티즌들 사이의 반향은 폭발적이었다. 네티즌들의 댓글이 폭주하면서 곳곳에서 찬반 공방이 치열했다.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맘대로 정권"(ID:parks113), "지방선거 패배를 이해 못 하는 비참한 상황"(ID:bbkii)이란 비판이 나왔다. 반면 "민주당에 남아 호남 지역주의의 보호를 받으며 대통령을 했다면 이렇게 홀대받진 않았을 것"(ID:sd1551), "지지율이 1%라도 노무현을 지지한다.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해 달라"(ID:hyebs02)는 격려도 있었다.

여야 정치권도 술렁댔다. 특히 그의 발언으로 총리 교체를 둘러싼 막전막후 상황이 새삼 주목을 받았다.

우선 "총리에 관해 대통령이 두 번 생각을 바꿨다"고 말한 대목이다. 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골프 파문을 일으킨 이해찬 전 총리를 유임시키려 했으나 선거를 앞둔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교체를 결심했다. 후임을 놓고도 노 대통령은 또 한번 자기 생각을 포기했다는 게 김 전 실장의 전언이다. 지방선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당의 건의를 받아들여 한명숙 총리 임명을 결정한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김 전 실장은 "청와대는 선거 결과가 이보다 더한 (패배)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이 뿌리째 흔들려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했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이 결국 이런 패배를 예상했기 때문에 선거 뒤 열린우리당의 화살을 피하게 하려고 김 전 실장을 선거 이틀을 앞두고 경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노 대통령은 버릴 게 없기 때문에 극적 드라마도 없을 것'이란 말도 화제가 됐다. 여권의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정국 돌파의 카드로 개헌, 2차 남북 정상회담, 대연정 재추진, 정계 개편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정치권의 관측과 전망을 깨기 위한 공세적 발언 같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운명공동체의 일원이라기보다 평론가처럼 얘기하는 것으로 들렸다. 시대와 역사에 대해 청와대 이상으로 당도 고민하고 있다"고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한 측근은 "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도 국민 앞에서 조심하고 있는데 이 정권 사람들은 아직도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정민.신용호.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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