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강제진압 관계기관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시=15일 밤 고건 서울시장을 비롯, 전직원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지하철공사·각 구청 등에 비상대책 방안과 훈령 등을 수시로 지시하고 상황보고를 접수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분주한 모습.
본관2층 대 회의실에 마련된 비상수송대책 본부에는 대형 현황 판을 설치해 놓고 상황이 바뀔 때마다 이를 기록하고 전화로 노동부·철도청·교통부·경찰 등에 업무를 전달하는 등 마치「전쟁터의 야전사령부」와 같은 분위기.
고 시장과 윤백영 부시장은 시종 긴장된 모습으로 시장 실에서 밤을 새우며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노조의 움직임·파업진행상황 등을 상부에 보고하거나 각 구청장 등으로부터 비상대책 등을 점검.
대책본부 간부들은 16일 러시아워에 당초예상보다 교통혼잡이 덜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비상 동원된 차량들이『승객이 없다. 철수해도 되겠느냐』는 보고가 잇따르자『뜻밖에 일이 잘 풀리고 있다』며 안도(?)하면서 밤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듯 허탈한 표정들.
◇경 찰=서울시경은 15일 오후 4시쯤 협상이 결렬된 후 지하철 공사 측으로부터 서면으로 공권력 투입요청을 받은 뒤 철야작업 끝에 치밀한 강제해산 작전을 준비, 김우현 국장이 16일 새벽 3시 현장에 나가 작전을 진두지휘.
경찰은 당초 이날 오전 5시 진압작전을 펼 예정이었으나 농성 조합원들이 화염병을 준비하고 담 벽에 고압전류를 흘리는 등 완강히 저항할 조짐을 보이자 안전을 고려해 현장의 전원을 모두 끊은 뒤 날이 밝아 오는 6시25분 작전에 돌입.
조종석 본부장을 비롯한 치안본부도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만약의 사태에 대비키 위한 대책을 숙의 하며 철야.
조 본부장은 이날 제주도경 초도 순시를 부랴부랴 마치고 오후 5시쯤 귀 경, 아예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현장상황보고를 받은 뒤 장관 등 상부에 연락하느라 화장실에도 제대로 못 갈 정도.
◇검 찰=서울지검은 김두희 검사장을 비롯, 김기수 1차장 검사 등 간부들이 경찰의 노조원 연행작전이 시작되기 전인 16일 오전 6시쯤 청사로 나와 공안 검사들로부터 현장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는 등 부산한 움직임.
검찰은 또 지하철 노조원들이 이날 새벽 4시를 기해 파업에 들어가자 4시15분쯤 정윤광 조합장 등 노조간부 7명에 대한 사전구속 영장을 법원에 청구, 오전 5시40분쯤 발부 받은 영장을 급히 군자 차량기지 앞에서 연행작전을 준비중이던 경찰관들에게 넘겨주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과시.
◇노동부=장영철 장관 등 수뇌부는 밤을 지새우며 노-사간의 마지막 거중조정을 시도하다 끝내 타결이 무산되고 공권력으로 해결되자 허탈한 표정으로 상처치유 등 사후수습책 마련에 부산.
장 장관은 15일 밤 11시쯤 서울지방노동청에 들러 노준석 청장에게『마지막 순간까지 중재노력을 계속하라』고 독려했다.
또 서울시내 근로감독관을 모두 동원, 16일 아침 연행 자들이 있는 25개 경찰서에 2명씩 보내 조사를 돕도록 하는 한편 현 집행부가 구속되더라도 상처치유를 위해 노조 측과 긴밀한 접촉을 계속하기로 결정.
◇지하철공사=지하철 2, 3, 4호선의 종합지령 실이 있는 방배동 지하철공사 본사는 15일 오후 대학생과 조합원 특별별동대의 습격이 예상된다는 첩보에 따라 10개 중대 1천5백여 명의 경찰병력이 안팎으로 물샐틈없이 경비, 밤새도록 긴장감이 감돌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