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새 영화 / 오프사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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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인 월드컵. 그러나 이란의 여성 축구팬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축구장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란 영화 '오프사이드'(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열혈 소녀 축구팬들이 남장까지 불사하며 축구장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그린다. 몇몇 소녀들은 경기장 입구를 운 좋게 통과하지만 이내 경비군인들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된다. 군인들은 경기장 밖에 임시 울타리를 치고 소녀들을 가둬놓는다. 소녀들은 비록 갇혀 있지만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을 들으며 열렬히 이란팀을 응원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란에서 벌어지는 남녀차별의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그러나 여느 사회고발 영화와는 접근 방법이 사뭇 다르다. 이 영화에는 불합리한 제도에 맞서 싸우는 투사도 없고 권력의 가혹한 탄압도 없다. 대신 어쩔 수 없이 서로 맞서게 된 소녀들과 군인들의 인간적인 관계에 주목한다. 소녀들은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터뜨리며 말도 안 되는 제도에 항의하고, 군인들은 은연중에 소녀들을 이해하게 된다. 소녀들도 원치 않는 군복무로 힘들어 하는 군인들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서로 협조 관계가 만들어진다. 사회제도의 피해자라는 점에서는 소녀 축구팬이나 군인이나 마찬가지다.

제목 '오프사이드'는 축구용어를 통해 금지된 선을 넘어가려는 소녀들의 행동과 이를 막으려는 제도의 문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촬영은 지난해 실제로 벌어진 월드컵 지역예선 이란-바레인전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이란이 바레인을 꺾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테헤란 거리는 축제 분위기로 넘쳐나고, 덕분에 영화도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린다. 그러나 남녀차별과 같은 사회문제가 월드컵 분위기에 파묻혔을 뿐 실제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로 지적된다.

이 영화는 올 초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으며, 지난달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8일 서울 종로의 시네코아(스폰지하우스)에서 개봉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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