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보려고 큰맘 먹고 샀는데 … "디지털TV 화질 왜 이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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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 사용자는 "좋은 화질로 월드컵을 보려고 수백만원 하는 비싼 디지털TV를 샀는데 무용지물이 됐다"고 분개했다. 이런 혼선은 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5일 다채널 방송(MMS) 시험방송을 시작하면서 방송 방식을 바꾼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HD 방송은 초당 19메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1080i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비해 MMS에서는 13Mbps(초당 13메가비트 전송)인 720p 방식의 HD 방송과 6Mbps인 SD 방송, 그리고 두세 군데 오디오 방송을 한 채널로 전송한다. 방송위원회 측은 "한 달간 MMS 시험방송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사 측은 "1080i나 720p 모두 HD 규격이기 때문에 화질이 눈으로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방송 방식을 바꾼 일 자체보다 전송률을 줄인 게 문제라는 것이다. HD 방송 전문가인 최원태씨는 이날 코리아AV포럼(www.kavforum.co.kr)에 올린 글에서 "1080i와 720p는 장단점이 있어 한마디로 우열을 가리긴 어렵지만 데이터 전송률이 17~19Mbps에서 13Mbps로 30% 이상 줄면 확실히 화질이 나빠진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화질 저하를 감수하고 다채널을 확보해 광고 수입을 늘리려는 방송사들의 의도에 방송위원회가 휘둘리는 것 아니냐"라든가 "고화질을 보려면 추가로 돈을 내고 초당 25Mbps 수준인 스카이HD를 보라는 방송사들의 횡포"라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스카이라이프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전자업체들도 난감한 표정이다. 올 들어 월드컵 특수 등으로 디지털TV 판매량이 지난해 한 해 수준(80만 대)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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