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정상, 지식재산권 등에서 타결 보기 힘들 것”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중국이 지식재산권, 사이버 해킹 등 이슈에 대해 협상 타결에 이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겁니다.”

중국 전문가 로치 예일대 교수 #내년, 내후년에도 민감한 협상 난항 #골드만삭스 "내년 하반기 경제 급속히 둔화"

미국 내 대표적 ‘중국통’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 교수는 19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채널 CNBC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로치는 예일대에 부임하기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대표로 일했었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만남에서 건설적인 진전이 나오기를 희망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치 교수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어떤 종류의 진전이라도 나온다면 시장은 상승할 것”이라며 “중국이 대두와 천연가스 등 더 많은 미국 제품을 구매하기로 약속할 수도 있지만 지식 재산권과 사이버 해킹,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의 이슈에서는 양측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그들(중국)이 기꺼이 하려고 하는 것의 목록(리스트), 긴 목록을 보내왔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자신이 원하는 굵직한 건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로치 교수가 보기에 중국이 어느 정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양보안을 제시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영역에서는 어떤 양보안도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시 주석으로서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면서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또한 미ㆍ중 무역 대화 전망 보고서에서 미ㆍ중이 G20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관세 부과나 인상을 하지 않는 ‘일시적 정전’에 합의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당장 내년부터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협상 가능성은 물 건너가고 그야말로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치 교수는 “현재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고공행진을 벌이는 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증시가 고꾸라지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주장은 매우 근시안적”이라며 “미국 경제가 현재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기적인 현상이고,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무역전쟁으로 적자와 빚더미 위에 올라앉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골드만삭스

한편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미ㆍ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급속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를 냈다. 골드만삭스는 고객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더 빠듯한 금융 상황과 재정 부양 효과 감소 등이 둔화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최근 3%대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2%대로, 하반기에는 1%대로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올해 네 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내년에도 4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은 중국과의 관세 전쟁과 임금 인상 등으로 내년 말 2.25%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Fed 목표치인 2%를 꽤 벗어나는 셈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