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서비스업'손님이 붐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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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작년 11월 중순 첫 딸을 낳은 신혜미씨(32·서울 일원동)는 병원에서 퇴원하자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출산 한달전 서울YWCA에 예약, 산모 구완하는 이를 구해둔 까닭이다.『친정어머니가 몸이 약해 해산 수발을 하시기 어려운데다 친정엘 가면 남편 혼자 남게돼 어차피 집안 돌볼 일손이 필요하잖아요.
하루일당이 1만2천원으로 좀 비싸긴 했지만 우유 먹이는 것은 물론 밤에는 데리고 자기까지 하니 차라리 그 폭이 나을 것 같았어요.』
신씨는 40일간 50여만원의 돈이 들긴 했지만 전문 인력인 탓에 안심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산후조리뿐 아니다. 평소 빨래하는 일에서 환자 보살피기·손님접대 상차림·화분갈이·어항관리·김장담그기에 이르기까지 가사처리를 위해 전문 일손을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팔순노모와 단 두 식구인 진광효씨(42·회사원)는 최근 서울 길동 신동아 아파트에서 문정동 패밀리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아예 짐 꾸리기에서 재배치까지 일체를 이사짐 센터에 맡겨 버렸다.
『내의 정리와 짐을 푼 다음 그릇 정리만을 제외하고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쓰레기등 뒤처리까지 말끔하게 끝내주더군요.
2·5t 트럭 1대 분의 이사 비용이 20만원이나 들어 제 손으로 짐 싸고 푸는데 비하면 3∼4배나 비싼 셈이지만 며칠씩 밤잠 못 자고 짐 정리하느라 녹초가 돼 근무도 엉망이 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낫지요.』진씨의 말이다.
가사를 돕는 일손이 처음으로 전문 인력화 한 것은 지난 66년 서울YWCA가 배출해낸 파출부. 이후 파출 요리사·간병인(환자돕는 이)등이 차례로 선을 보였다.
서울YWCA의 경우 현재 등록돼 있는 인원은 파출부 1천2백명, 환자 돕는 이 5백명, 요리사 1백 20명.
이밖에도 대한 주부 클럽 연합회·전국 주부교실 중앙회 등 여성단체와 시립부녀 복지 관·대화 기독교 사회복지관·생명의 전화 등이 가정 서비스 인력들을 배출해내고 있으며 가정서비스를 주로 한 용역업체들까지도 생겨나고 있어 가정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처럼 가정 서비스업이 세분화·전문화되면서 그 시장이 넓어져 가고 있는 것은 △핵가족 시대로 인한 집안의 일손 부족 △일찍 분가하는데 따른 집안일 미숙 △주부들의 늘어난 대외활동 때문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 여기에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집안 일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것도 한 원인이 되고있다.
『부부만사는 가정에서 산모 돕는 이를 구하는 경우도 많지만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직접 요청해 오는 경우도 많아요·요즘 이들의 일당은 하루 1만4천원으로 결코 적은 돈이 아닌데도「궂은 일하면서 매여 지내기 싫다」며 해산 뒷바라지 해줄 돈을 내놓습니다.』
서울 YWCA 근로여성회관 김준희 관장은『손자 기저귀를 빨아주고 목욕시키는 일이 더 이상 기쁜일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사회의 전문화·세분화 추세가 가정에까지 밀려든 오늘날 화분을 옮겨주고 어항의 물을 갈아주는 일까지도 전문인력의 효율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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