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장례…곳곳서 반 히로히토 집회-국수주의 색채 짙은 신도의식 가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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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방인철 특파원】고 「히로히토」일왕의 장례식이 24일 오전 동경 신주쿠고엔에서 세계 1백63개국에서 온 조문사절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 벌어진 이날 장례식은 3만2천여명의 경찰병력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 삼엄한 경계를 편 가운데 오전7시30분 동경 왕궁에서 왕가영결식을 시작으로 장장 13시간20분의 긴 의례에 들어갔다.
왕가영결식을 마친 「히로히토」 유해는 모두 32대의차량이 동원된 영구대열에 의해 오전 10시15분 공식장례식장인 신숙어원에 도착했으며 「오부치」관방장관의 국장시작 선언에 이어 낮 12시 고인을 추모하는 1분간의 묵념이 전국적으로 올려졌다. 「다케시타」일 수상의 조사 및 강영훈 총리·「부시」미 대통령 등 외국조문객들의 개별조문이 있은 다음 운구행렬은 오후1시40분 신숙어원을 떠나 동경서쪽 51㎞지점에 위치한 하치오지의 왕릉으로 향하며 도착 후 다시 영결의식을 갖고 매장된다.
일본정부가 국장휴일을 선포한 이날 일본의 각 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천황은 전쟁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 「히로히토」집회가 곳곳에서 열렸으나 대부분의 일본국민들은 TV로 장례식을 지켜보거나 국장휴일로 생긴 3일간의 연휴를 즐기기 위해 동경을 빠져나가는 등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장례식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형식상으로 지키면서도 일본국민의 정신적지주가 되어온 전통적 신도색채가 강하게 가미, 일본의 국력을 과시한 하나의 행사였다.
행사구상단계에서 논란이 되어온 일본신사의 상징인 도리이 문이 장례식전(장장전)의 뒷마당에 세워진 것이나 장의행렬의 선두에 방패와 칼과 함께 일본정신(대화혼)을 상징하는 나무 「오마사가키」가 앞장선 것이 그대표적인 예였다.
비록 외국사절이나 일반조문객들을 위한 행사를 치를 때는 식장의 칸막이 문(만문)을 닫아 왕실행사와 구분을 짓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기는 했으나 「소화천황」의 장례식을 국민들 사이에 정신통합의 한 계기로 삼으려는 일본정부의 숨은 의도가 엿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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