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독도서 살거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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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8년 만에 다시 주민을 맞을 전망이다.

▶ '독도 쪽배 모금운동'을 한 시인 편부경(左)씨와 배의 주인이 된 김성도씨가 16일 독도호 앞에서 파이팅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울릉읍 저동에 머물고 있는 독도 주민 김성도(65.어업.울릉읍 독도리 산 20번지)씨는 "서도에 있는 어민 숙소 보수와 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선가장 설치공사가 끝나면 10월께 독도에 들어가 생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와 함께 독도에서 생활할 사람은 김씨의 부인 김신열(68)씨와 시인 편부경(50.여)씨, 작업 인력 2명 등 모두 5명이다. 편씨는 주민등록상 김씨의 동거인이다.

이들은 서도에서 내년 5월까지 미역.소라.고둥.전복 등을 채취한다. 김씨는 "매년 작업기간 서도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독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은 작업 어선인 '독도호'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30여년간 독도에서 해산물을 채취했지만 1997년 낡은 배를 폐선한 이후 울릉도에서 생활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을 안 편씨는 지난해 3월 '독도 쪽배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독도를 주민에게 돌려 주자는 취지에서였다. 편씨가 독도에 애정을 쏟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초. 섬을 좋아했던 편씨는 이때 시민단체 회원과 처음 독도 땅을 밟았다.

아름다운 독도가 영유권 분쟁에 시달리는 것이 안쓰러웠다고 한다.

이후 울릉도를 드나들며 김씨와 친분을 맺었고 배가 없어 독도에서 조업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2003년 11월 19일 김씨의 주민등록에 동거인으로 이름을 올린 그는 모금운동에 나섰다.

"사람이 살아야 진정한 우리 땅이라고 봐요. 낡은 배를 폐선한 김 선장이 독도에서 다시 생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소형 작업선이었습니다."

독도 관련 단체의 인터넷을 이용한 모금은 더디기만 했다. 그러나 더 힘들었던 것은 사람들의 쑤군거림이었다고 한다. "정신이 이상한 여자다""김 선장을 이용하려 한다"는 등의 말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하지만 편씨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그동안 40여 차례에 울릉도를 찾았고 어선.해경 경비정 등을 이용해 20여 차례 독도를 방문했다.

드디어 지난해 연말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170여 시민.단체의 성금 1750만원으로 배의 제작을 맡긴 것이다.

김씨는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다시 독도로 갈 수 있게 됐다"며 "영원한 독도 지킴이로 남겠다"고 다짐했다.

배의 진수식이 열린 지난 16일 편씨는 배를 쓰다듬으며 감격을 눈물을 흘렸다.

홍권삼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 독도호=강화플라스틱(FRP) 재질에 길이 8.1m, 너비 2.3m, 높이 62㎝ 규모의 1.5t짜리 어선. 70마력짜리 엔진을 장착하고 있으며, 최고 속도는 17노트다. 지난해 12월 20일 건조작업이 시작돼 이날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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