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이념 공개강의|시민 정치학교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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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건국이후 처음으로 진보정치이념을 공개 강의하는 「시민정치학교」가 개설된다.
85년 창립된 사회민주주의 청년연맹(「사민청」·의장 최창우)이 주관, 진보적 민주주의이념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 제1기 정치학교가 오는17일 개강을 앞두고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정부의 북방외교정책추진과 함께 급변하는 정세속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올바른 판단계기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치학교는 「대중의 주체적 자각」에 강좌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강의 내용은 사회주의를 기조로 하되 공산주의·수정자본주의 등을 망라해 진보적 이념을 소개함으로써 현 반공일색의 이데올로기 사회풍토극복에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소련 등 공산권, 서유럽, 제3세계의 사회주의 소개를 통한 진보이념의 태동 및 성장과정과 함께 일제이후 한국사회에서 진보주의가 걸어온 길, 앞으로의 전망 등을 자체 분임 토론식 강의를 곁들여 조명한다는 구상이다.
강사는 전민련정책기획실장 김근태씨, 북한문제연구가 김남식씨, 경제평론가 박현채 교수(조선대), 노동운동가 이태복씨를 비롯, 교수·사회운동가·노동운동가 등 18명으로 철학·세계역사·우리역사·경제·외세·통일·변혁운동·정세 등 18개 강좌를 준비중이다.
4월18일까지 매주 이틀씩 2개월간 계속될 「사민청」정치학교는 반독재·반식민지운동 등 일반적인 민주화운동을 전개해온 종전의 「미주학교」등에 비해 이념적 차원에서 진보적인 사상의 공간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더우기 최근 기성세대를 주축으로 생겨나는 정치지향성의 정치학회와는 달리 사회운동차원에서 「근로대중」을 주체로 한 15∼40세 사이의 분단이후 청년세대를 중심대상으로 하고 있다.
학생·노동운동 출신의 10여명이 지난해 8월부터 「정치학교」개설을 추진해왔으며 강의장소는 서울 익선동103생수건물3층에 마련됐다.
15일 현판식을 앞두고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는데 대학생·근로자·전문직 종사자 등의 관심이 의외로 높아 예상수강인원 1백명의 절반 정도를 채우고 있다.
「사민청」최창우 의장은 『전민련 가맹단체의 하나로 정치학교는 대중들이 사회주의를 직접 접함으로써 그 장단점을 분석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며 『이같은 다양한 이념소개를 통해 대중의 주체적 자각이 갈수록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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