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평가와 여론-여야는 국민투표 방식에 결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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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면한 최대의 정치현안이 되고있는 노 대통령의 중간평가에 대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는 이제 거의 명백해진 것 같다. 그동안 몇차례 있었던 여론조사 결과도 그랬지만 중앙일보사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중간평가는 국민투표로 실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였다.
여론조사 결과를 부동의 국민의사라거나 국정판단의 일의적 기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적어도 정치권의 지리한 소모적인 논쟁이 이제는 교통정리가 되기에 충분할 만큼 국민 의사의 윤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일보사 여론조사 결과는 중간평가를 국민투표로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55%인 반면 국민투표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정치권 일부에서 보아온 국회표결방식은 겨우 5.4%로 나타났다.
이를 일단 민의라고 보는 이상 국민투표가 아닌 다른 방식에 의한 중간평가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필요한 만큼의 국민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따라서 정부·여당으로서는 중간평가의 방식을 둘러싼 어정쩡하고도 회피적인 자세를 더 이상 지속할게 아니라 이제는 명백하고도 단호히 국민투표로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천명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를 두렵게 여기고 부담스럽게 생각해 결단을 미루면 미룰수록 실은 있을지언정 득이 없음은 자명하다.
그리고 여론조사결과에서 정치권이 또 한가지 유의하지 않으면 안될 일은 국민투표의 결과가 불신임으로 나와도 노 대통령의 임기는 계속돼야 한다고 보는 의견이 67.8%나 되고, 신임지지가 46.2%, 불신임지지가 18.2%라는 사실이다.
이런 결과는 국민들이 노 대통령의 공약은 공약대로 정도에서 실천하기를 요구하면서도 이것이 임기중단이라는 비정상적 사태를 초래하거나 정권경쟁의 기회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조사결과가 곧 전체국민의 뜻이라거나 부동의 민의라고는 단정하지 않는다. 다른 기관이 다른 시기에 조사를 하면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조사 결과를 정치권으로서는 적어도 중요한 참고사항으로 유의하고 각자의 입장결정에 반영할 민의판단의 한 기준으로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이런 조사 결과에 따른다면 여당은 중간 평가가 신임투표로 연계되고 투표 결과 정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하루빨리 버리는 것이 옳다. 지금껏 신임을 건 국민투표를 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상반기 중에 결론을 내릴 것인지 아닌지 어정쩡한 자세를 보여왔는데 이제는 국민 투표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중간평가문제에 가로막혀 5공 청산도, 정국의 국면전환도 아무것도 되지않고 있는 이 현실이 무작정 계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여권에서는 국민투표의 결과를 야당신임과도 연계시켜 국회 해산론까지 거론하는데 이는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이다.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공약한 사람은 노 대통령이지 야당이 아니다. 국정에 대한 책임을 야당이 공유하는 부분이 확실히 있긴 하지만 그것을 확대해 노 대통령의 공약실천에 야당까지 끌어넣으려 하는 데는 공감하기 어렵다.
야당들도 이젠 중간평가에 대한 확실한 입장표명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가 갖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정치적 이해는 짐작되지만 본론은 회피한 채 언저리를 맴돌면서 정치적 대가를 겨냥하는 듯한 모습은 그만둬야 한다. 우리로서도 주문할 얘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야당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것은 야당의 권리이며, 그 선택에 따른 책임 역시 야당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간평가에 대한 국민의사가 차츰 분명하게 드러나는데도 결단을 못 내리고 정국 표류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1차적으로 정부·여당에 가장 큰 책임이 돌아갈 것이고 야당도 책임에서 면제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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