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일본어는 한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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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어와 일본어는 동계의 언어임을 밝히는 국내학자의 책이 일본에서 출간돼 화제다.
이는 그동안 한국어가 일본어에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동계는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었던 일본학계에서 자신들의 견해 수정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책을 펴낸 사람은 국어학자 서정범 교수(경희대). 『일본어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간다-우랄알타이어의 바다에서』라는 제목의 서교수 책(사진)을 펴낸 곳은 일본 동경의 유수한 출판사인 덕간서점이다.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는 서교수가 87년11월 일본 오사카 외국어대 등에서 자신의 독특한 연구법인 조어재구를 통해 일본어와 한국어가 동계임을 밝히는 강연을 가진데서 비롯됐다.
당시 서교수의 강연은 일본 언어학계의 주목을 끌었고 강연내용이 일본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덕간서점측에서 서교수에게 『강연내용을 책으로 쓰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해 와 출간되게 됐다.
서교수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현대 한국어와 현대 일본어 사이에는 공통점이 없으나 조어를 재구하면 두 언어가 동계임을 알수 있는 사실들이 다수 발견된다는 것.
서교수가 양국언어의 비교연구법으로 제시하는 조어재구는 대체로 ▲조어는 단음절어이 며 ▲단음절어의 말음은 항상 「ㄷ」인데 이것이 「ㄹ·ㅅ·ㅈ·ㄴ」등으로 변하고 ▲동사와 형용사의어간은 명사라는 세 가지원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런 방법에 따라 양국어를 비교하면 동계어의 요건으로 지적되는 천체어·신체어·수사·색채어 등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는 같은 단어들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
예컨대 일본어로 「머리」를 의미하는 단어로는 「아다마」「하치」「가시라」등이 모두 쓰이는데 이는 모두 한국어에서 유래된 사실이 밝혀진다는 것이다.
우리말「우두머리」라는 단어의 「우두」는 우리말과 동계인 만주어의 「우주」(「머리」라는 뜻으로 사용)의 변형인데 이것이 「아다마」의 「아다」로 변했고, 「마」는 우리말 「머리」의 조어가 변해 생겼다는 것.
또 「하치」라는 일본단어는 우리말의 「받다」라는 동사의 어간「받」이 옛날에는 「머리」라는 단어로 사용되었고 이「받」이 일본어의 「하치」로 변했다.
그밖에 「가시라」라는 단어도 우리말의 「대가리」라는 단어에서 보이는 「가리」라는 단어(「머리」라는 뜻)의 조어가 「갇」이고 이것이 일본어의 「가시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서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이같은 사례를 무수히 지적하고 이런 조어재구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것은 단순히 양국어가 동계어인 사실만이 아니라 일본인과 한국인이 같은 민족이었다는 사실도 알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일본의 토속민족인 아이누족이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는 「사모」라는 단어는 「구름」이 일본어로는 「구모」, 「씨름」이 일본어로는 「스모」등으로 바뀐 것에서 알수 있듯 우리말「사람」에서 변한 단어인데 이는 아이누족이 최초로 본 도래인이 곧 한국인임을 알수 있다는 것이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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