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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은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 대사관측에서 잇단 화염병 공격에 대한 대응책으로 광주 미 문화원을 폐쇄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한미관계의 앞날을 위해 불행한 일이다. 우선 우리는 양국간의 보다 신중하고 진지한 노력으로 그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
외국의 한 지방 문화원의 폐쇄 여부는 그 자체로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미국정부 자체의 내부사정으로 폐쇄가 불가피하다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결정이 일부 과격파의 화염병 때문에 내려져서는 안된다.
이번의 경우는 긴장의 요소들이 불어나고 있는 최근 한미관계의 상징성을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에 광주 미 문화원의 존폐문제는 한미 양국이 다같이 심각하게 생각해야할 요소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쌍방은 다같이 신중히 대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광주사대와 한반도 현실에 대한 미측의 책임을 거론하는 과격파의 「감정」을 우리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체로서는 책임이 없는 문화원에 대한 거듭된 화염병 공격과 같은 행위는 그들이 내세우는 「반미」의 논리를 오히려 약화시킨다는 점을 알아야할 것이다.
첫째, 광주미문화원에 대한 공격은 광주 시민 대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부 과격파의 폭력행위로 외국 기관이 폐쇄된다면 그것은 폭력에 의한 굴복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어 외국기관뿐 아니라 우리사회 자체의 제도적 장치들에까지 폭력의 힘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 그런 사태는 우리 사회의 보호를 위해서도 결단코 막아야할 일이다.
둘째, 한미관계를 전향적으로 재조정해야할 마당에 미국 국민들의 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끼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문화원에 대한 공격이나 일부 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조기 짓밟기, 그리고 미국인가족 거주지역 공격 같은 행위는 무모하기 짝이 없다. 이와 같은 행위는 미국 안에 거의 1백만명의 우리 교포가 살고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짓일 뿐 아니라 미국을 우리의 안보와 경제의 지주로 삼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행동이다.
세째, 미국은 전국의 모든 문화원들이 거듭해서 학생들의 공격의 대상이 되게 한 젊은 세대의 반미감정을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광주사태 당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한 중대한 의혹을 해명하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광주 미 문화원 문제해결에 임하되 그 기본 방향은 한미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잡아야되는 것이 부위다.
한미관계는 이제 오랜 편향성에서 벗어나 성숙된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 관계는 과거의 관계에서 축적 되어온 좋고 나쁜 연을 극복하고 서로의 국가 이익을 모든 행동의 기준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우리의 국가이익은 지금 단계에서 미 국민 사이에 반한 감정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한미간에 현안으로 제기되어 있는 통상·안보문제에 있어서 미국 여론을 반영하는 의회의 분위기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 것인가는 우리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다. 광주 미 문화원이 폭력에 의해 폐쇄된다면 그것은 미국내 여론과 의회의 대한 감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점을 냉철히 판단해서 정부당국과 광주시민들은 이 문제가 한미관계를 감정적으로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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