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종결 불만 학생 국회 점거설에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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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점심 시간 등 경비 강화>
서울 시경은 검찰의 5공 비리 수사, 국회 청문회의 마무리 등과 관련해 『불만을 품은 학생과 시민들이 여야 각 정당 및 국회를 기습, 점거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자체 분석하고 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할 것을 일선 경찰서에 긴급 지시.
시경은 이 지시에서 출퇴근과 점심 시간 등 경비가 허술해지는 취약 시간대에 각 정당과 국회 주변의 순찰을 강화하고 검문 검색을 철저히 실시토록 하는 등 검찰·국회의 5공 비리 마무리가 미칠 시국 불안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모습.

<주무부처 소외에 발끈>
풍산 금속 분규에 대한 공권력 투입 문제 등을 규명하기 위해 23일 열린 국회 노동·내무위 연석 회의에서 치안본부 2차장이 『왜 주무부서인 노동부와 사전 협의가 없었느냐』는 추궁에 『산통이나 깨고 보안이 누설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한데 대해 노동부 관계자들은 발끈.
한 소장 간부는 『경찰은 권부라는 발상에 젖어 있는 망언』이라며 정부내에서 노동부가 겪는 서러움 (?)을 토로한 뒤 『그렇지만 근로자들이 흔히 생각하듯 노동부가 경찰과 한통속이 아님은 입증된 셈 아니냐』는 역설로 자위.
노동부 관계자들은 이날 풍산 금속 사건에서 국방부가 바로 내무부에 공권력 투입 요청을 하는 등 노동 문제인데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완전히 배제된 사실이 드러나자 또한번 소외감 속에 울분을 삼키는 표정들.

<시키는 대로만은 안돼>
서울시는 최근 7급 이하 구청·동 직원들을 민생 치안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파출소에 파견, 야간 방범 순찰을 하도록 했다가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받고 하루만에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
서울시 직원들은 『말단 공무원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간부들의 사고 방식이 문제』라며 『6공화국 들어 민주화와 함께 「발상의 전환을 해야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5공식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분개.

<알맹이 없을 것 암시>
현대 그룹 노조원 테러 사건을 수사중인 부산 지검 울산 지청의 수사관 관계자들은 이미 소환 조사란 현대건설 도영회 부사장 등 현대그룹 고위 간부들과 권종수 전 울산 서장 등 경찰 간부들의 범행 관련 사실을 입증할만한 단서들을 찾아내지 못하자 『이번 사건 수사는 잘해야 본전치기』라며 몹시 초조한 표정을 보여 앞으로 있을 검찰 최종 수사 발표에 알맹이가 없을 것임을 암시.
한 수사 관계자는 『설사 한유동 전무 이상의 회사 고위 간부가 범행에 관련됐다 하더라도 이들의 범죄 행위가 통상적인 기업 활동의 경우처럼 문서로 하지 않고 구두로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속된 한 전무가 상급자를 물고 들어가지 않는 한 더 이상 회사 간부들의 범행 사실은 밝혀지지 않을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

<군 내부서도 자성의 빛>
21일 소련 정찰기의 우리 서해상 집단 출몰 사건과 관련, 공군측이 각 보도 기관에 배포란 사진이 85년11월 촬영된 자료 화면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져 군의 「정직성」에 대한 회의가 다시 한번 고조되며 군 내부에서도 자성의 여론.
군 주변에서는 최근 육군이 사관 장교 5명의 「명예 선언」 사건과 관련, 군인의 정치 행위 금지를 규정한 군형법 94조를 구속 이유로 해놓고도 쉬쉬했다가 곧 들통나 구설수에 휘말리는 등 「쓸데없는 짓」들이 잇따른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정직이야말로 군의 명예의 기반인데 급하다고 잔재주를 피워서 되겠느냐』며 『아직도 구시대의 잔재를 떨쳐 버리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

<점수따기식 탁상공론>
교통부는 23일 실시한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관계 부처와의 사전 협의나 재원 확보 대책도 없이 수도권 신 국제 공항 건설 검토, 호남·영동 국제 공항 개발, 경부·동서 고속 전철 신설, 출퇴근 시차제 확대 등 현실성 없는 대규모 사업 계획을 제시해 「탁상 공론 행정」이란 비판.
교통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청주 국제 공항 건설 공사가 착공도 안된 상태에서 신 수도권 공항동 3개의 국제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공허한 청사진 제시에 불과하다고 지적.
이들은 또 향후 10년간 서울·부산등 대도시 교통난 해소를 위한 지하철 건설 등에 소요되는 예산만 약 21조원이 필요한데 무슨 재원으로 경부·동서 고속 전철을 건설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

<대학 평가제 선행돼야>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재수생 문제 해결책으로 민정당이 사립대의 정원제를 폐지키로 방침을 정한데 대해 문교부는 『대학 졸업장을 거저 주자는 것이나 마찬가지 소리』라며 어이없다는 반은.
한 관계자는 『현재도 대학 교육의 질이 양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높은데 정원을 풀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너무 뻔하다』고 지적
문교부측은 대학 정원의 자율화는 「대학 평가 제도」가 정착된 뒤에 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

<대운동장으로 낙착>
연 3년째 졸업식장에서의 퇴장·시위 소동으로 곤욕을 치러온 서울대는 2월25일로 예정된 올 졸업식 장소를 놓고 교수들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진통 끝에 결국 지난해와 같이 대운동장에서 치르기로 낙착.
당초 서울대는 대통령상 제도를 폐지키로 하는 등 올해부터 졸업식을 「총장 주관의 순수 학내 행사」로 열기로 하고 겨울철임을 감안, 실내 체육관에서 30분 내외의 단촐한 행사로 계획했다가 『졸업생들의 퇴장 소동을 방지하려는게 아니냐』는 등의 오해가 일자 대운동장으로 결정한 것.
서울대 한 관계자는 『실내라고 해서 일어날 소동이 안 일어나겠느냐』고 일부 학생들의 오해를 원망한 뒤 올 졸업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 내년도부터는「뒷말 없는」 졸업식을 치러보겠다고 밝히기도.

<신분증부터 봐야할 판>
지난 24일 서울 월계동에서 또 발생한 경관 복장 강도 사건에 서울 종암·북부·태릉서 등 3개 경찰서 관계자들은 한때 서로 자기 관할 구역의 사건이 아니라며 신경전.
관할 다툼이 벌어지게 된 것은 강도가 피해자를 검문한 월계동 시영 아파트 앞길은 북부서 관할이나 피해자를 끌고가 금품을 빼앗은 교통 초소는 종암서 관할이며 피해자가 신고한 공일 파출소는 태릉서 관할인 때문.
결국 사건은 3개 경찰서가 공조 수사를 펴도록 낙착 (?) 됐는데 수사 관계자들은 『이제는 같은 경찰관끼리도 얼굴을 모르면 대뜸 신분증부터 보자고 요구해야할 판』이라고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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