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과외 허용 논의|한천수(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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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3일 낮 서울 올림피아 호텔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교육심의회 3차 전체 회의에서는 보기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과외금지조치 개선안을 놓고 2시간여의 격론끝에 결국 표결로 정책이 결정 되기에 이른 것이다.
안건은 「방학중 중· 고생의 학원 수강만을 허용할 것이냐」, 아니면 「과외금지를 전면 풀되 현직 교사와 강사의 과외교습등 문제되는 부분만 금지토록 할것이냐」 로 과외 허용폭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문제였다.
개표가 끝나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회의장엔 허탈한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출석 위원 44명의 의견은 정확히 22 대 22.
지난해 여름 과외 허용 논의가 본격화되며 문교부가 이례적인 국민 여론조사를 거쳐 중앙교육심의회에 개선안 심의를 요청한 후 4차례의 해당 분과회의와 총괄 운영위원회의, 4개 분과 합동회의, 2차례의 전체회의를 거치면서 이견을 조정한 결과가 가부동수로 나타난 것이다.
교육정책은 모든 국민의 이해와 관심이 걸린 문제인 만큼 아무리 신중하게 한다 해도 결코 지나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표결 결과에 나타난 견해 차이다.
나름대로 교육 전문가들이 모인 중교번이 이같이 팽팽한 견해 차를 가졌다면 일반 국민들의 과외 문제에 대한 반응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과외 허용 논의가 일기 시작하면서 부터 대두 된 『공부하겠다는 욕구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이라는 「원칙론」 과 『과외는 정상 교육을 저해하고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장하는 반 교육적 행위』라는 「현실론」 사이의 갈등은 의외로 심각했다.
이 때문에 중교심의 회의는 매번 원칙론과 현실론 사이를 오가는 가운데 두 주장을 절충하는 과외 허용폭이 문제가 됐으며, 특히 대학생 과외 허용 여부가 논의의 쟁점이 되었다. 이같은 과외대책이 논의만 거듭하는 사이 겨울방학을 맞은 학원가는 재학생 수강인파로 붐볐고 백만원대에 이르는 고액 비밀과외도 공공연하게 퍼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교번은 과외문제를 더 미룰수 없다고 판단, 재 표결을 강행해 결국 최종안을 마련 하기에 이른 것이다. 방학중엔 학원수강은 물론 대학생 입주과외등 과외를 전면 허용한다는 절충안이 채택 된 것이다.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한채 차선책으로 절충안을 가결시킨 위원들의 얼굴엔 백년대계를 마련 못한 씀쓸한 표정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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