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식 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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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먹느냐, 먹히느냐는 존망의 고비를 넘기며 도시 국가 그리스에서 패자로 두각을 나타내는 스파르타의 힘의 원천은 전사에 있었다. 이 전사들을 길러 낸 엄격한 교육을 흔히 스파르타 교육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우격다짐과 복종만을 강요하는 것이 스파르타 교육은 아니었다.
스파르타 교육의 기본 이념은 정조보다는 의지, 이성보다는 덕성을 중시했고, 교육방법이 엄격함을 유지했다는데 특징이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스파르타식 합숙학원이라는 신종학원이 인기 리에 번창하고 있다. 번창하는 이유는 이렇다. 재수생은 늘고 입시학원은 적기 때문이다.
89년의 경우 대학입시 지원 생이 80만 명에 4년 제 및 2년 제 대학을 포함한 입학정원은 30만 명이니 50만 명은 어쨌든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이 50만 명이 내년도 입시에 모두 재도전할지, 얼마가 일탈할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30만 명에서 40만 명에 이르는 젊고 젊은 재수생 군단이 어딜 가서든 배워야만 한다. 시내의 학교 식 종합 반 학원에 들어가기란 명문대학 입시를 뺨칠 만큼 어렵게 되었다.
1년 내내 집안에서 공부하라, 왜 자느냐로 자녀와 씨름해야 할 것을 두려워하는 부모들은 돈이 문제냐, 사람 하나 만들어 대학에만 넣어 달라는 소박한 듯 엄청난 주문과 함께 대입 낙방 생은 근교의 이 스파르타식 학원에 감금된다.
한 달에 40여 만원의 등록금과 교재비도 엄청나지만 학생들은 아침6시부터 이튿날 새벽1, 2시까지 하루 18시간을 폐쇄회로 TV의 감시망을 의식하며「장난치면 1대, 졸면 2대, 다른 책을 보면 3대」라는 11개항의 벌칙과 기합에 떨며「90점 이하는 10점에 1대씩」내려가는 형벌을 두려워한다. 그 가운데서 수용소 군도 같은 학원은 성황리에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런 학원이 30여 개소나 되었고, 그 시설도 조그마한 단과대학 규모에 이르며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다 한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깡그리 잊어 먹고 쓸모 없게 되는 주입식 암기교육을 위하여 이처럼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정녕 우리의 자녀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사람 한번 만들기는커녕 폭력과 기합에 주눅든 육체적·정신적 병약 아를 만들기 위해 그 많은 돈을 써야 하는가, 그렇게 해서라도 대학엘 꼭 보내야 하는가를 우리 모두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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