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續 '고이즈미號' 일본의 미래] 上. 외교·안보 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2년5개월간 일본 열도를 이끌어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호'가 앞으로도 3년 더 달리게 됐다. 일본의 외교.안보력 강화와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 회복에 주력했던 '고이즈미호'가 어디로 달려갈지 두 차례에 걸쳐 분석해 본다.

도쿄(東京)신문은 21일자 1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언급하면서 '개헌도 가시화'란 제목을 크게 달았다.

"고이즈미 총리가 구조개혁 이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은 헌법 개정"이라며 "헌법 개정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헌의 초점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다.

고이즈미 총리가 압승을 거두며 재선됨에 따라 일본 정부의 '우경화 정책'이 한층 강화되리란 지적이 많다. 외교.안보 정책에 관한 한 '매파'로 분류되는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6월 금기시되던 유사법제을 만들었다.

또 자위대를 군대로 규정하고는 자민당에 대해 2005년까지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말로는 "재임 중에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개헌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자민당 내 '매파'노선인 모리 요리로(森喜朗)전 총리 파벌 등이 이기고, 자민당 주요 당직에 '매파'가 집중 포진한 점은 의미가 크다.

자민당 부총재가 된 야마사키 다쿠(山崎拓)는 열렬한 개헌론자며, 간사장이 된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방위만 한다는 전수(專守)방위 정책을 공격도 가능한 쪽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대북 정책에선 다소 유연해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 주일 외교소식통은 "(22일 개각에서)누가 외상이 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은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아베를 내각에서 뺀 것은 일본 정부가 대화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뜻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유화적으로 나오고 있어 보조를 맞추는 한편 최대 관건인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대북 대화를 중시하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의 유임을 공언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폭적인 미국 지원정책은 유지될 전망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7일 일본을 방문하면 이라크 복구에 대한 경제지원과 자위대 파견 문제가 급진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있어 11월의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한국.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개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최대 걸림돌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다. 그는 "매년 참배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총리 취임 후 3년 동안 매년 참배했다. 내년에도 참배할 경우 한국.중국과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