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한국국제학교 수교 14년 만에 문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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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베이징 왕징개발구에 들어선 한국국제학교 새 교사 전경.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국국제학교가 22일 마침내 새 교사를 마련했다. 1998년 9월 빌린 건물에서 문을 연 이래 8년 만의 경사다. 한.중 수교 이후 14년이 지나서야 번듯한 '우리 학교'를 갖게 된 셈이다. 베이징의 국제적 위상이나 한국 교민 규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보통 늦은 게 아니다.

김태선 교장은 "5번이나 이사를 다니면서 설움도 많이 겪었고 말 못할 고생도 정말 많았다"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중국의 각종 제도적 장벽과 부딪치면서 현지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상대하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개발비와 건축비.노임을 요구하는 통에 남몰래 속을 끓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모두'라는 단어였다"고 김 교장은 회고했다. 학교 건축에 교민.기업.정부가 '십시일반(十匙一飯)'심정으로 나서서 모든 산을 넘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막판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준공검사였다. 학교 건물은 이미 지난해 완성됐다. 그러나 웬일인지 준공검사가 나오지 않았다. 검사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했다. 김 교장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곰곰 생각해보니 학교 담장이 너무 낮아서 중국 측이 준공검사에 소극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의 난입을 우려해 담장이 너무 낮은 점에 우려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김 교장은 내부 회의를 거친 끝에 "학교 담장을 6m 높이로 올리겠다"고 중국 측에 통보했다. 담장 공사가 끝난 직후 준공검사가 나왔다.

정부 지원금 500만 달러와 모금액 349만 달러를 들여 왕징(望京)개발구에 지은 새 교사는 부지 3636평, 연건평 3498평의 5층 건물로 현재 유치원생 117명, 초등학교생 514명, 중학생 160명, 고등학생 115명 등 총 906명이 재학 중이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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