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소쩍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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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소쩍새'- 윤제림(1959~ )

남이 노래할 땐

잠자코 들어주는 거라,

끝날 때까지.

소쩍. . . . 쩍

쩍. . . . 소ㅎ쩍. . . .

ㅎ쩍

. . . . 훌쩍. . . .

누군가 울 땐

가만있는 거라

그칠 때까지.


소쩍새 우는 계절이다. 소쩍새는 울 때, 소와 쩍 사이를 길게 늘여놓는다. 소와 쩍 사이, 그 긴 침묵이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소나 쩍보다 그 사이가 더 아팠다. 잠이 다 달아났다. 두세 음절로 끊어지는 자연의 소리나 기계음은 자주 의성어로 바뀐다. 뻐꾸기 소리나 초침 째깍거리는 소리는 매번 다르게 들린다. 뻐꾹뻐꾹이 바꿔바꿔로, 째깍째깍이 아퍼아퍼로 들릴 때가 있다. 소쩍이 훌쩍으로 들린다면, 그대는 슬픈 것이다. 그럴 땐 가만히 있어야 한다. 슬픔이 잘 마를 때까지 그 곁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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