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인의이것이논술이다] 생각을 깊이 하는 습관 기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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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것은 생각의 깊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할 줄 아느냐가 평가의 핵심 요소다. 따라서 논술을 준비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생각을 깊이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뜻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평소에 반복해서 해보아야 한다.

논술에서 출제되는 주제는 다양하지만 그 범위가 무한대로 나갈 수는 없다. 민주 시민적 삶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실존의 문제나 예술적 주제가 추가될 수 있다. 이렇게 논술의 주제는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교과서뿐 아니라 삶의 사건들이 다 포함되는 것이다.

범위가 너무 광범하다고 지레 겁을 집어먹을 수도 있겠으나 사실 넓다고 보면 넓고 좁다고 보면 좁을 수 있다. 평소 자기 자신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너무 어려운 것일 테고, 그에 대해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면 모든 주제가 익숙한 것일 테니 말이다. 논술이 본질적으로 철학이라는 말은 이런 점에서도 성립한다.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고 있느냐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논술이라는 말이다. 단기에 속성으로 대비할 수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직접 만나 보면 평소에 자신과 주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을 깊이 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 대중매체나 인터넷의 흥밋거리에 빠져 있는 까닭이다. 아니면 생각하는 일 자체가 괴롭고 귀찮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할 수 있으나 삶은 그렇게 여유롭기만 한 것도 만만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미래를 맞이할 준비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평소 깊은 생각을 하며 사는 어른도 많지 않지만 이것이 생각을 기피할 논거가 될 수는 없다.

생각을 깊이 하는 데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혼자 모든 정보를 다 알 수도 없고 혼자 생각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에 다양한 생각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책.신문.잡지.인터넷 토론 등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살피는 것이 좋다. 특히 주의할 것은 한 가지 매체나 의견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혹시 갖고 있을지도 모를 편견을 스스로 극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적어도 찬반 의견과 논거를 균형 있게 접하고, 의문이 나면 좀 더 정보와 근거를 구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정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를 연습할 수 있게 되며, 자기 생각을 다른 생각과 대조하면서 펼쳐갈 수 있게 된다. 의견이 다른 주장이 있다면 왜 그런 주장이 나왔는지 논거와 이유를 생각하게 될 것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 생각이 깊어지고 다른 생각을 포용할 수 있는 더 넓은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논술 준비도 된다. 다만 시험을 위한 준비만이 아니라 더 좋은 삶을 위한 배움을 얻게 된다는 점이 이 과정의 좀 별난 특징이리라.

김재인 유웨이 중앙교육 오케이로직 논술 대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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