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괴물'에 놀랐다, 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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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역시 괴물이었다. 21일 밤 11시 30분(현지시각) 제5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괴물'은 국내외 관객들의 고른 호평을 받았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임에도 노가힐튼 상영관은 1시간 전부터 현지 관객과 국내외 영화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뤄 850석 객석을 메웠다. 영화가 끝나자 객석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가득찼다. 이어지는 박수에 봉준호 감독은 세 차례나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괴물'은 일찍부터 기대를 모았다.'살인의 추억'으로 주목받았던 감독의 신작인 동시에 국내에서 보기 드문 괴수영화라는 점 때문이다. 상영 직전 제작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완성된 지 딱 일주일 됐다"면서 "빨리 자랑하고 싶어서인지 그 일주일이 몇 년보다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제작과정에서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던 괴물의 모습은 영화 초반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버스만한 크기에 물고기와 파충류를 섞은 듯한 체형, 네 갈래로 벌어지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주둥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긴 꼬리가 특징이다. 괴물의 디자인은 '반지의 제왕'시리즈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웨타가, 움직임을 비롯한 컴퓨터 그래픽(CG)은 미국회사 오퍼니지가 전담했다. 약 110억원의 순제작비 중 50억원이 CG에 사용됐다. 첫 등장에서 좀 낯설게 보인 괴물은 이후 지극히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과시했다. 특히 한강대교 아래를 꼬리로 감으며 이동하는 장면은 '베스트'로 꼽을만하다.

줄거리는 한강에 등장한 기형괴물에게 납치당한 중학생 소녀(고아성)를 구하려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소녀의 아버지(송강호)를 중심으로 그 아버지(변희봉), 남동생(박해일), 여동생(배두나)을 통해 괴수영화의 공포감뿐 아니라 봉 감독 특유의 사회적인 시각과 가족애를 고루 담아냈다.

캐나다 토론토영화제에서 온 콜린 게데스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영화"라면서 감독을 "거장(master)"이라고 칭했다. 안정숙 영화진흥위원장은 "봉 감독은 대중영화의 틀에서 자신만의 소통방식을 찾아냈다"고 호평했다. 반면 스페인 기자 로베르토 모라토는 "매우 재미있지만, 매우 길다(very funny,very long)"고 쓴소리를 했다. 러닝타임 114분의 이 영화는 국내에는 7월 27일 개봉할 예정이다. 제작사는 6월 초 제작보고회에서 괴물의 모습을 미리 공개할 계획이다.

칸=이주영 무비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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