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맹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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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9년도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중년여성들의 강풍이 몰아쳐 주목된다.
중앙일보 강성숙씨(48)를 비롯, 조선일보 윤영희씨(41), 서울신문 손숙회씨(34), 동아일보단편에 김현숙씨(39)와 중편에 한정희씨(39) 등 신춘문예제도가 있는 6개 중앙지 7개 소설부문 중 중년여성이 5명이나 당선돼 예년에 없던 신춘문예 「이변」을 낳았다.
이들의 작품들은 모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시대적 아픔을 일상적 삶 속으로 끌어들여 무리 없이 형상화시키고 있어 원숙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지니는 힘을 실감케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체험은 소설전체를 일관되게 조감하게 함으로써 전체 흐름에 어긋나는 군더더기를 없애는 힘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로 강성숙의 당선작 『푸른 하늘』의 경우 우리 시대의 아픔을 개인적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핸드 마이크」의 계기가 아무런 무리 없이 처리되고 있다. 대학생 아들이 빈대잡이 아버지의 생일선물로 산 핸드 마이크 때문에 기관에서의 고문으로 정신병자가 돼 한 가정, 한 개인이 어떻게 파멸되는 가를 차분히 다루고 있다.
다른 4명의 작품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문제에 정면으로 대결하려 하지 않고 개인적 삶 속에 적절히 용해시키고 있다.
이같이 사회문제를 다루면서도 에피소드로 분리해 다루지 않고 삶의 체험을 통해 원숙하게 처리한 능력이야말로 중년으로서 그들의 체험을 십분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그들의 작품은 각 심사평에서 드러나듯 탄탄한 문장력과 기교에 의해 세부묘사도 정확히 하고 있다.
즉 심각한 우리의 사회문제를 다루면서도 일상적 삶 속에 자연스럽게 끌어들여 구성력과 문장력에 의해 무리 없이 빚어진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중년여성들의 이러한 작품들이 신춘문예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 대거 당선된 것은 좁게는 금년도 신춘문예의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넓게는 리얼리즘 주류시대에서 우리 소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중년여성들의 이 같은 대거 등단은 80년대 들어와 일기 시작한 평생교육 얼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평생교육제도의 일환으로 각 신문사 및 문예진흥원·문인협회·민족문학작가화의 등에서 개설하고 있는 문학교실이 중년여성들의 문학에의 꿈을 실현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혼자서 습작하다 보니 내 수준도 모르겠고 막연했습니다. 그래서 신문사 부설 창작교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러 합평회도 갖고 또 전문작가로부터 지도도 받은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강씨의 말대로 문학강좌가 중년여성들의 문학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교육으로 기능하고 있다. 강씨뿐 아니라 다른 중년여성 당선자 대부분도 이러한 문학강좌를 수강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몇몇 문학강좌는 곧바로 「등단예비교실」로 기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중앙일보부설 문화센터에서 소설강좌를 맡고 있는 작가 이호철씨는 『수강생 대부분이 주부로 이들은 문학강좌에서 삶의 질을 위해 문학을 이해하려 한다. 문학강좌는 삶에 있어서의 문학에 주안점을 둔 것이지 문인을 양성하는 곳은 아니다』라며 「등단 예비교실」로의 문학 강좌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문학평론가 김치수씨도 『문학강좌는 평생 교육의 일환으로 주부들에게 문학적 관심을 갖게 해 그들의 삶을 위해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만일 그러한 강좌가 기술적인 지도를 통해 「등단예비교실」로 기능 한다면 우리 문학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으로만은 볼 수 없다』며 기술적 강좌를 부정한다.
아무튼 올 신춘문예 소설부문 중년여성들의 대거 등단은 80년대 리얼리즘의 거대한 조류 속에 흔들렸던 우리 소설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서 한편으론 「등단예비교실」로 기능하고 있는 몇몇 문학강좌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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