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두둥~ 할리 소리 내 심장 뛰는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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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여든까지는 할리를 탈 겁니다."

서울 상도동 숭실대 교정에는 매일 "두두두두~둥"하는 할리 데이비슨 엔진 소리가 들린다. 검정 헬멧과 선글라스를 벗으니 예상했던 '젊은이'가 아니다. 정년을 몇 년 남겨놓지 않은 이 대학 정치학과 한명수(60.사진) 교수다.

한 교수는 2년 전인 2004년부터 할리와 친구가 됐다. 핸들을 놓을 나이에 오히려 그가 위험(?)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어렸을 적 세발자전거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모터사이클을 애용했다. 파리의 열악한 교통 사정과 저렴한 경비를 고려해 우편배달용으로 주로 쓰이는 '모빌레티'라는 소형 모터사이클을 애마로 삼았다. 한 교수는 파리 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무려 11년간 모터사이클을 이용했다. 1986년 숭실대 교수가 된 그는 인간의 심장 소리와 비슷한 할리의 엔진 소리에 결국 빠져들었다.

한 교수가 현재 몰고 다니는 할리는 두 번째. 중고 할리를 6개월간 사용하다 지난해 2월 3000만원 넘게 들여 소피테일 디럭스(1450cc)라는 흰색 할리를 구입했다.

할리는 한 교수가 틈만 나면 왁스로 직접 멋을 내는 애장품 1호다. 할리 외에 지프와 스쿠터, 산악용 자전거도 있지만 할리를 가장 아낀다. 그는 "할리를 타면 내 심장 소리를 밖에서 듣는 듯하다. 자동차를 타면 소리를 잘 들을 수도 없고, 또 자연과 분리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할리는 자연과 함께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그 매력을 말한다. 한 교수는 "자동차가 그림 앞을 지나가는 것이라면 할리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또 다른 나와 항상 동행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할리동호회 GGR(Good guys & Riders)의 멤버인 한 교수는 "절대로 남에게 보여주거나 과시하기 위한 취미가 아니다"며 "지하실에서 내가 할리를 직접 닦고 만지는 기쁨은 정말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고 했다.

글=성백유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다양한 할리 패션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은 가죽옷을 많이 입는다. 미국 서부시대 카우보이의 전통을 따르는 측면도 있고, 넘어질 경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가죽 점퍼의 팔꿈치와 어깨에는 보호대를 덧대고 운전이 편하도록 소매는 약간 길다. 주로 청바지나 가죽바지를 입는데 카우보이처럼 '챕스'라는 가죽옷을 바지 위에 입기도 한다. 카우보이가 신던 징 박힌 가죽구두가 할리 정통 패션이다. 할리 데이비슨이 즐겨 쓰는 문양은 독수리와 날개, 불꽃, 해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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