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공단을 잡아라|석유화학 붐 이룬 「골드러시」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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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여천공단을 파고 들어라.』 「중화학 한국」의 상징인 전남 여천공단.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는 석유화학붐 속에 이 거대한 공단을 둘러싸고 국내굴지의 대기업간에 공장부지 확보전이 치열하다.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면 뭘합니까. 공장을 세울 부지가 있어야죠.』 한국최대의 중화학기지인 여천공단은 이제 완전히 초만원, 더 이상 공장을 세울래야 들어설 곳이 없어 어렵사리 황금알을 낳는 티킷을 따낸 대기업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공단조성>
전남 동부권의 벽지로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송아지 울고, 갈매기 날던 이곳이 중화학 한국의 심장부로 변하게 된것은 지난 66년 대통령의 여천공업기지 조성지시가 첫 걸음.
이 공단의 터주대감격인 호남정유가 67년2월20일 첫 번째로 불도저를 앞세우고 들어가 터를 잡은 이제 73년에는 남해화학이, 74년 럭키여천공장이 뒤를 이었다.
당시 여천군삼일면 일대가 산업기지개발지역 및 그린벨트로 지정 고시되고 기본계획이 확정 (74년4월1일)된 후 공단조성은 더욱 가속화, 76년11월10일 호남에틸렌을 비롯, 한양화학·호남석유·한국다우케미컬 등 굵직굵직한 석유화학계열공장들이 합동기공, 그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일대 전기를 맞게 됐다. 여천공단의 총면적은 5백95만1천평.
이중 산봉우리가 송두리깨 헐리고 바다가 메워지는 대역사속에 4백51만평이 부지로 조성됐으며 77만6천평의 조성공사가 계속 중.

<공단현황>
여천공단은가위 재벌들의 각축장.
럭키금성을 선두로 대림·롯데·금호·삼성·현대·한국화약 등 한국재계를 주름잡는 대기업들이 줄을 이어 몰려들어 계열공장들을 가동 또는 건설중이거나 진출을 서두르고있다.
현재 입주업체만 해도 호남정유를 비롯, 남해화학 등 40개에 이르고있으며 제일모직 등 8개 업체는 건설공사가 한창.
또 상공부의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착공을 서두르고있는 업체도 럭키석유화학·한국화약 등 11개나 되며 금호석유화학 등 6개 업체는 시설을 대폭증설하고 있다.

<공장부지난>
80년대 들어 원유파동 등으로 한때 주춤했던 석유화학붐이 다시 일기 시작하면서 입주업체가 급증, 부지가 완전 바닥난 상태.
따라서 상공부로부터 사업계획과 입주승인을 받은 한불화학 등 11개 업체만 해도 3백40만평의 공장부지를 필요로 하지만 땅이 없어 착공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호남정유 등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기존 입주업체들도 부지난으로 사업계획추진에 차질을 빚어 발을 구르고있는 형편.
이에 따라 건설부가 1차로 제2석유화학단지에 붙어있는 중흥부두∼우순도간을 잇는 공유수면 1백10만평을 매립, 공장용지화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타당성조사 등을 벌이고 있다.
여천시도 중흥부두∼삼간도간 공유수면 1백80만평을 매립할 계획.
또 현재 녹지지역으로 묶여있는 화치동일대 60만평을 공업지역으로 변경할 방침.
그러나 이 같은 부지조성계획은 육지부는 주민이주문제로, 바다는 매립에 따른 일정한 기간소요 등으로 당장 시행에 들어간다 해도 2∼3년 이상 걸려 빨라야 90년 이후에나 부지로 쓸 수 있다는 분석.

<부지확보전>
석유화학이라는 돈방석을 노린 대기업들이 부지마련을 위해 법외보상금이란 명목으로 엄청난 웃돈까지 쾌척하는가 하면 관계당국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활동을 벌이는등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
J업체의 경우 전례 없이 많은 법외보상금을 부담하는 등 우여곡절 속에 겨우 9만9천평의 부지를 확보하는데 성공, 몇 차례 착공연기 끝에 지난 5월에야 공사에 들어간 실정.
호남정유도 지난 78년부터 제3차 시설확장을 계획, 올 들어 시행에 나섰으나 확장예정부지내 주민들(3백94가구)의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에 부닥쳐 손도 대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호남정유 측은 가구당 9백만원씩의 법외보상금을 내놓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으나 3천만원씩을 요구하며 집단시위농성으로 맞서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확장계획을 포기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해결의 열쇠를 찾아 동분서주.

<공단생산규모>
여천공단은 국내비료와 석유화학제품의 70%, 석유류는 37%가 생산되고있는 명실공히 한국 최대의 중화학 공업기지.
이 공단의 생산규모는 연간 3조9천억원을 넘는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부가가치 높은 석유화학붐 속에 무한한 장래성 때문에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여천공단 한 관계자는 『부지확보가 그야말로 별 따기』 라면서 『중화학한국의 내일을 위해서도 정부차원의 부지확충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천=임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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