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파 "대통령 당적 택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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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8일 민주당은 벌집을 쑤셔놓은 것과 같았다. 전날 사실상 신당을 지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성토하는 동교동계와 구주류.중도파의 기자회견.성명 낭독이 이어졌다.

잔류파는 "신당은 대통령의 권력을 배경으로 한 '노무현 신당'"이라고 비난하면서 盧대통령의 민주당 당적 정리를 요구했다.

동교동계는 "민주당을 살릴 것"이라며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반면 신당파는 이날 신당의 이름(국민참여통합신당)을 확정하는 등 신당 추진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조강지처 버리나"= 민주당 구주류의 '정통모임'대표인 박상천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신당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盧대통령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盧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민주당에 남을 것인지, 신당파와 함께 할 것인지 결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민주당 해체를 추진하는 것은 조강지처를 버리고 새장가를 가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중도파 '통합모임'의 조순형.추미애 공동대표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수차례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을 때 盧대통령은 '정치인은 안 만난다''신당에 개입 안한다'고 했다"며 "이제 와서 탈당을 개혁이라고 미화하고 남은 사람을 반개혁이라고 하는 것은 신당을 지지한 것으로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秋의원은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고, 당의 전폭적 지원으로 당선된 盧대통령이 민주당을 버리는 것이 개혁이라고 말한 것은 민주당과 지지자들에 대한 배반"이라며 "당내 통합도 못 하면서 어떻게 국민통합을 할 수 있느냐"고 야유했다.

김영환 의원은 "개혁을 위해 분당은 사소한 것이란 식의 말은 총선과 대선 민의를 거역하고 열광적인 지지와 헌신적 노력으로 대통령에 당선시켜준 당원과 지지자들을 폄하하는 발언"이라며 "신당은 노무현의, 노무현에 의한, 노무현을 위한 신당이란 게 명확해졌다"고 비난했다.

◇"동교동계 끝까지 간다"=동교동계의 한화갑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서 계보가 없어졌지만 인동초처럼 모임은 끝까지 갈 것"이라면서 "우리가 모이면 교섭단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동교동계 의원들은 19일 모여 당 살리기와 백의종군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정권에서 권노갑-한화갑의 이른바 '양갑(兩甲) 갈등' 후 사실상 와해상태에 있던 동교동계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韓전대표는 盧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대단히 품위없는 말을 하고 있다""시정잡배도 그런 말은 안 쓴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신당파를 개혁으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최소한 남은 사람 중 민한당을 했던 사람은 없다. 신당에 간 사람들은 정권마다 주류가 되는 비법을 터득한 사람들 아니냐"고 공격했다.

◇세확산 나선 신당파=신당파는 이날 저녁 창당주비위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20일 교섭단체로 등록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했다.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은 盧대통령에 대한 잔류파의 공세에 대해 "모함"이라고 반박했다. 박양수 의원은 "20일까지 탈당할 지역구 의원 48명은 무난하게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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