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연·역사의 현장 조화 뛰어나|<신인상>품위·격조 살린 솜씨 두드러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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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조에 주어지는 상이 근 열 손가락을 헤아리지만 그 중에서도 중앙일보가 시상하는 이 상이 가장 권위 있고 으뜸가는 것으로 여기게끔 되어 있다. 그것은 신문에서 유일하게 사업적으로 시조부흥을 제창하고있기 때문이다.
1주일마다 독자시조를 뽑고 있고 또 신춘문예를 통해 시조준예를 등장시키고 있으며 이 중앙시조대상을 시행한지도 어느새 7년이나 된다.
이렇게 신문이 나서 시조부흥에 앞장서기는 중앙일보 외에 무엇이 있는가. 이것을 늘 몸소 실천하고 있는 데서 그것이 밑으로 겨레의 가락을 얼마나 고조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사실은 이런 사업이 우리 시조를 위하여 차원 높은 배경을 이루고 있다는 데서 흔쾌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하겠다.
거기다가 이 상이 결정되는 것은 우리 시조문단의 획을 긋는 큰 행사에 속한다. 올해의 상을 누가 타는가는 바로 시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괄목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상 작품인 이근배씨의 『판문점에 와서』는 자연의 경개를 살피면서 현실적으로 아픈 역사의 현장을 읊는 이중의 레일을 잘 깔고 있는 역작이다.
실은 자연사와 인사의 행복한 악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멋지게 다스리고있다 하겠고, 이는 현대 시조가 마땅히 개간해 가야할 큰 난관을 자연스러운 가락으로 수렴해 내었다는 점에서 그의 능장을 높이 산다.
신인상은 엉뚱하게 여길지 모르나 7순으로 왕성한 발표를 한 이채란씨의 『삶의 어느 길목에서』. 품위나 격조를 다같이 살리고 있는 정연한 솜씨에 점수를 준다.
심사위원
이태극
정완영
박재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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